스피노자가 들려주는 후회와 '코나투스' 이야기
상담실 소파에 앉아 과거의 시간 속으로 자꾸만 고개를 돌리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선생님, 그때 그 직장으로 이직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때 그 사람을 잡았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어리석었죠."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특정 순간에 말뚝을 박아놓고, 그 주위를 맴돌며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마음. 우리는 이 무거운 감정을 '후회'라고 부릅니다.
물론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는 반성은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하지만 그 반성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스스로를 갉아먹는 '후회의 늪'이 되어버린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오늘 밤도 잠들지 못하고 이불을 발로 차며 "내가 미쳤지"라며 자책을 반복하고 계신다면,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셨으면 합니다.
스피노자는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그 존재의 힘을 확장하려는 본질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 강력한 삶의 에너지를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습니다. 쉽게 말해, 내 안에서 팔딱이며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자 '존재의 관성'인 셈이죠.
스피노자는 우리의 감정을 이 코나투스를 기준으로 아주 명쾌하게 두 갈래로 나누었습니다. 내 존재의 힘(코나투스)을 증가시키는 감정은 '기쁨'이고, 반대로 내 존재의 힘을 감소시키고 위축시키는 감정은 '슬픔'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나답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코나투스를 증진시키는 기쁨의 감정들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후회'라는 감정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후회하는 자는 이중으로 비참하며 무능력하다."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볼 때, 후회는 우리의 코나투스를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는 해로운 감정입니다. 왜 '이중의 불행'일까요? 첫째,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나 나쁜 결과 자체가 이미 나에게 '슬픔(불행)'을 주었습니다. 둘째, 그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끊임없이 곱씹으며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함으로써,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생명력마저 스스로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상담실에서 저는 후회의 늪에 빠진 분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과거의 나를 비난하느라,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당신의 에너지를 모조리 소진하고 있지 않나요?" 후회는 마치 이미 갚은 빚에 대해 평생 이자를 내며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를 바꿀 능력도 없으면서 현재의 기쁨마저 반납해 버리는, 그야말로 완벽한 '무능력'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꾸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후회를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스피노자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문장 중 하나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인간의 일을 비웃지 마라, 슬퍼하지 마라, 저주하지도 마라. 오직 이해하라."
자책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억지 위로가 아니라 '이해'입니다. 내가 과거에 내렸던 그 어리석어 보이는 선택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의 지혜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당연히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 당시 내가 가진 정보와 감정 상태, 그리고 미숙했던 내면의 한계 안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날 선 비난을 거두고, "아, 그땐 내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라고 과거의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이해해 주는 것(예를 들어 '그때는 내가 너무 지쳐서 시야가 좁아졌던 거야'라고 다독여주는 것처럼요). 그 깊은 수용의 순간, 우리를 옭아매던 후회의 사슬은 힘을 잃고 툭 끊어집니다.
지나간 과거는 이미 인화되어 버린 사진과 같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찍혀버린 과거의 필름을 자꾸만 되감기하며 한숨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은 '지금'뿐입니다. 후회하느라 낭비했던 에너지를 거두어, 오늘 내 앞에 놓인 일상의 빛과 풍경을 온전히 포착하는 데 사용해 보십시오. 나를 갉아먹는 슬픔의 감정에서 해방되어, 당신 안의 생명력인 코나투스가 가장 밝게 빛나는 충만한 오늘을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