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며
K는 항상 모자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일도, 쉼도, 사랑도 남들과 다름없이 해내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그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K는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살며 가며 지나가는 수많은 그네들에게서 자신의 모자람을 채울 수 없음을 어느 순간부터 깨닫고는, 혼자 자고, 혼자 먹고, 혼자 생각하기를 반복하여 그의 삶처럼 안착을 시켜버린 사람입니다.
그런 K는, 어느 순간 사람이 머무르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그 공간이 K에게 정말 맘에 들었다니요. 그리고 혼자만의 삶에서 느끼는 모자람을 한번 채워 보고 싶었다니요. 그의 삶에 있어서 이 결정은 정말 큰 변덕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K는 그 공간을 운영하면서도 당신들이 우연히 지나가 주기를, 그리고 지나쳤다가 가끔씩 지칠 때 다시 찾아주기만을 바랬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곳은 K의 공간이었고, K의 공간에 누군가가 깊이 들어와 K의 마음속 풍랑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었답니다. 왜냐하면 K는 마음 깊이 들어온 누군가를 끄집어내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더랍니다. 그래서 K는 그 상황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두려웠더랍니다.
이런 K가, 이랬던 K가 누군가에게 마음 깊이 들어오는 길을 열어 주었다면 여러분들은 믿으시겠습니까? 저조차도 그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S 이랍니다. S가 K의 마음을 어찌 열었냐고 궁금해 물었습니다. 그러니 K는 담백하게 '별 걸 하지는 않았어. 그냥 마음이 지 혼자 열렸어' 라더군요. 그래서 '네 마음엔 자물쇠가 여러 개 달려 있는데, 그게 그냥 풀려 버린 것이냐' 물으니 '그렇다'라고 하더군요.
한 번은 K의 공간에 S가 지나치듯 들려, 동네 똥개 -마을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개인데, 사람만 보였다 하면 같이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잔다고 그렇게 조르더랍니다- 와 같이 K와 S가 산책을 하는 일이 있었더랍니다. K와 S는 담백하게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같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사랑이 어떻게 돌아오는 거야!' 같은 장난도 치며 서로 웃으며 산책을 했답니다. K는 그때 느꼈답니다. '아, 마음이 열려 버렸구나'.
이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이해가 가시겠습니까? 그저 산책 좀 하다가 장난 좀 치었다고 마음의 문이 열려 버린다니요.
그러다, S 역시 지나치듯 K의 공간에서 벗어나고 난 후부터는, S가 보고 싶어 미치겠더랍니다. K도 알았더랍니다. 여기서 더 깊어지면 이전처럼, 5년 전 그때처럼 돌이킬 수 없이 힘들 것이라는 걸요. 근데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굳게 잠겨있던 그 문을 열어버린 S를 K가 턱 놓고 잊어버린 듯 사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런데요. 그런데요. K는 S와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랍니다. S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더랍니다. 그래서 만나지는 못했더랍니다. 그래서 S를 이전에 K의 공간에 머무르다 사라진 그네들처럼, 우연히 보내 줄 수밖에 없었더랍니다.
K는 슬펐더랍니다. 5년 전 그때처럼 저 밑으로 가라앉을 걸 알고도 마음이 열려 버리였지만,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가 없었더랍니다. K는 그렇게 거진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며 폐인처럼 지냈더랍니다. 기껏 열린 마음의 공간에 S가 오지 못해 너무나도 슬펐더랍니다.
그렇게 다시 마음의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던 K는, 아, 문 손잡이를 잡고 아무리 다시 문을 닫으려고 해도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K의 공간에 찾아 준, 그러니 우연처럼 찾아 주었다 다시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네들이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문 틈에서 버티고 있어 주었더랍니다. 닫지 말라고, 우리가 옆에 있어줄 테니까, 그러니까 너의 공간에서 조용히 머물러 있을 테니까 같이 있자고요.
당신들이 참 많이 사랑해주었다고 했습니다. K가 슬퍼하고 있자니 지나쳐 갔다가 이것저것 다 제치고 다시 돌아와 준, 옆에서 계속 붙어 있으면서 이것도 신경 쓰고 저것도 신경 쓰고 해준, K의 공간에 콕 박혀 있지 말고 같이 나가 그네들과 같이 있자고 이끌고 나가 준.
그래서 K는 마음의 문을 닫지 않기로 결정했더랍니다. 왜냐하면 사랑받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달았거든요. K가 말하기로는요.
K는 항상 모자람을 느끼며 살아갔던 사람이었습니다. K는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이전 이야기이지요. 사실 아직도 K는 처음 보는 사람의 손길을 경계하는 길고양이처럼 두고 보고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섭지는 않더랍니다. K의 마음의 문이, 누군가가 깨부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요. 그 문틈 사이로 K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조용히 들어와 같이 오손 도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요.
그래서 K는 한동안은 다시 마음의 문을 닫지 않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리고, K는 거기에 한마디 장난스럽게 더 거들었더랍니다.
'S의 마음이 다시 나에게로 올 수도 있잖아. 그러려먼 열어 둬야지.
사랑이 어떻게 돌아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