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나가

몬스터노블 #001

by 우생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은 하나다.


섹스.


여자 친구와 침대에서 뒹구는 나를 옷장에 숨어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리는 걸 보면 내게 집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 친구에게도 호의적이다. 좋은 여자라며 꼭 잡으라고 말했다.


나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리고 끝내 여자 친구에게 그녀 얘기를 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얘기하기로, 그러면 미련 없이 헤어져주기로 여자 친구와 약속한 바 있었다.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옷장에서 나왔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그녀가 어디 있냐며 갸웃했다.


여기 있잖아, 여기.


여자 친구가 두리번거리더니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여자 친구는 싫어졌으면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지 왜 사람을 가지고 노냐며 화를 내고는 나가버렸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분명히 내 옆에 있는데 왜 못 보는…… 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내 집에서 나가!


그녀는, 아니, 귀신은 씁쓸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바로 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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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에 간 건 이사하는 날이었다. 그 사이 여자 친구와 화해했다. 여자 친구가 이삿짐 싸는 것을 거들었다. 점심때가 되자 포장이사회사 직원들이 먼저 나갔다. 여자 친구를 불렀다. 안방에서 대답이 들렸다. 안방으로 갔다.


여자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어?


그때 옷장이 열렸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내민 여자 친구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