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몬스터노블 #002

by 우생

늦잠을 잤다. 바로 나간다 해도 지각이다.


반차를 내고 좀 더 잘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 뒤 대충 씻고 대충 입고 집을 나섰다.


늦잠을 잔 건 어젯밤 윗집이 밤새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남자의 우렁우렁한 욕설 사이로 물건이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와 여자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윗집의 소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윗집엔 40대 초반의 부부가 사는데 남편이 거의 매일 술판을 벌이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층간소음 때문에 몇 번 올라가 항의했다가 그 집 남편에게 멱살잡이도 당했다.


그러다 100킬로는 훨씬 넘는 남자의 몸에 문신이 조끼처럼 있는 걸 보곤 다신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와도 소용없었다.


가끔이지만 남자가 사라져 버렸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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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늦잠을 잤다.


지난 3주 동안 지각 없이 살았는데. 회사에 가서 꾸중을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 골이 아프다. 대충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지상주차장에서 카카오택시를 기다리며 담배를 태웠다.


주차장은 휑했다. 그랜저XG 한 대뿐이다. 윗집 남편의 차였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요 며칠 조용하던데, 해외라도 갔나?




지각 때문인지 오늘 일진이 매우 사나웠다.


술을 한잔 걸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현관문에서 누군가 나왔다.


윗집 부인이었다. 여행을 가는지 꽤 큰 여행가방을 끌고 있었다.


삐삑. 그랜저XG의 비상등이 점멸했다.


부인은 그제야 날 발견했는지 흠칫했다.


“어디 가시나봐요?”


부인은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엄마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러 갔다가 두어 번 본 적이 있었다.


“네. 네…….”

“남편 분은요?”

“먼저 갔어요.”


다행이다 싶었다. 윗집 남편과 마주치는 건 매우 껄끄러운 일이었다.


“아. 좀 도와드려요?”

“아뇨. 괜찮아요.”


부인은 극구 사양하면서 여행가방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으려고 낑낑댔다.


“비켜보세요.”


담배를 꼬나문 채 여행가방을 들었다. 묵직했다.


덜컹, 한 번에 넣지 못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여행가방 끝을 겨우 걸쳤다.


“엄청 무겁네요.”

“그래요?”


여행가방을 트렁크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멀리 가시나봐요.”

“네, 멀리 가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부인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씁쓸해 보였다. 순간 부인의 얼굴 곳곳에 퍼진 거뭇거뭇한 흔적을 보았다.


뭐지? 멍인가?


“안녕히 계세요.”


부인은 인사를 하곤 서둘러 차를 몰고 떠났다.


그때 담배연기가 들어갔는지 눈이 따끔거렸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손으로 비볐다. 그랜저XG가 아파트단지 입구를 막 빠져나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눈 주위에 피칠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보았다. 역시 피투성이다.


순간 머릿속으로 엄청 무거웠던 여행가방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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