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노블 #003
마침내 타임머신이 개발됐다. 시간여행 열풍이 일었다.
나는 미래가 궁금했다. 과거는 이미 겪었으니 죽기 전에나 한 번에 쭉 보는 걸로 했다. 안 봐도 그만이고.
타임머신에 탔다.
100세 시대라니, 100세의 나를 만나러 2081년으로 갔다. 없었다. 이미 죽었단다.
80세로 갔다. 없었다. 역시 죽었단다. 세 살 때 버릇이 여전한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70세로 갔다. 있었다. 하지만 죽을 날을 받아둔 상태라 대화가 불가능했다. 저게 나라니. 충격이었다. 오랫동안 죽어가는 70세의 나를 바라보다 돌아왔다.
60세로 가려다 충격이 덜 가신 건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83을 눌러 버린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돌아와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시간을 건너뛰었는데, 놀랍게도 내가 있었다. 83세의 나는 아주 정정해 보였다.
‘엇? 두 번째 시간여행으로 80세의 나를 만나러 갔을 때엔 이미 죽고 없었는데?’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미래의 나에게 인사했다. 83세의 내가 말하길,
반갑네, 열일곱 번째 과거여. 그래, 자네는 내게 무얼 물을 텐가? 궁금한 건 모두 다 말해주겠네. 보다시피 나는 시간이 아주 많다네.
나는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67세의 나, 88세의 나, 94사의 나, 118세의 나…… 많은 미래의 나를 만났고 그들과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는 시간여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를 살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19세의 나. 과거의 나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는 19세의 내가 내게 인사했다.
반가워. 참, 말 놔도 괜찮지? 넌 내가 처음 만나는 과거의 나야. 너한테 나는 몇 번째니?
이번이 첫 번째 시간여행이라고 말한 19세의 내가 상당히 실망스런 표정으로 34세의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
왜 이렇게 살고 있습니까? 이게 정말 미래의 나란 말입니까?
충격이었다. “내가 뭐 어때서, 인마!” 라고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왜냐하면 19세의 내가 한 질문은, 내가 88세의 나에게 물었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우주거지 신세였던 88세의 내 꼴이란 얼마나 비참했던지. ‘음, 최고령이었던 118세의 내가 해준 답변이 적절하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봐, 어린 나. 나는 네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미래 중 하나에 불과해. 현실로 돌아가. 미래를 궁금해 하지 말고, 미래를 만들 생각을 해. 근데, 너 고3 아냐? 고3이 어디서 시간여행질이야. 가서 미래나 만들어. 넌 얼마든지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나처럼은 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