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노블 #004
내가 만들었지만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인간을 만들고 살아갈 환경도 만들어주었다. 생(生)과 사(死)는 랜덤하게 설정했다. 유한한 삶을 준 것이다.
이유가 있다. 삶은 유한하기에 가치가 있다. 무한한 삶에서는 가치가 무의미하다. 하다 보면 어차피 이루기 때문이다. 창조의 능력마저 이룬 내가 그 증거다.
나는 오직 인간을 지켜보기만 한다. 인간의 생과 사, 그리고 그 사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요즘은 재미가 없다. 인간 말고 다른 것을 만들까도 싶었지만, 귀찮다. 더구나 인간은 내 창조력의 총화가 아닌가.
나는 이제 그만 죽고 싶어졌다. 하지만 죽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인간들이 만들어낸 개념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고독사(孤獨死).
고독이 죽음의 원인이 될 수도 있구나.
사실 나는 외로워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와 가장 비슷한 인간을 창조했다. 나에겐 고독이 창조의 원인이었는데, 인간에게는 죽음의 원인이라니.
나는 이거다 싶었다. 외로워서 창조도 했는데, 외로워서 소멸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나는 외로워지기로 했다.
외로워지는 것은 너무나 쉽다. 나만 남으면 되니까. 나 혼자 존재했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외로워하다가 고독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인간을 멸종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