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우산

라이프노블 #001

by 우생

내가 국민학교 학생일 때 우리집은 잘 사는 집이 아니었다.


사기 당해 재산을 모두 뺏긴 할아버지,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무능력한 아버지 형제들, 이런 흔하디흔한 레퍼토리로 버무려진 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살게 된 건 팔 할이 엄마의 힘이었다. 엄마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 없이 일했다.


나는 엄마와 소풍 한 번 같이 가본 적이 없었다. 불만은 아니었다. 다만 딱 한 번만 엄마가 와주길 바랐다. 비가 오는 날 엄마가 학교 정문 앞에 우산을 들고 기다렸으면 하고 바랐다. 친구 엄마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비가 와도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흠뻑 젖은 내 옷 무더기를 본 엄마는 왜 우산을 안 가져갔냐며 회초리를 쳤다. 나는 엄마가 때리다 지칠 때까지 아무 말 않고 울음을 삼켰다. 몇 번을 그렇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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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데 엄마가 서 있었다. 엄마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한 손엔 내 우산이 들려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그날 나는 엄마 품에서 엄청 울었던 듯싶다. 엄마 눈에서 비가 내렸던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