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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다발 May 02. 2024

비생산적인 하루

이다희작가의 '순종과 해방사이'를 읽다가 "쓸모없는 시간의 쓸모"라는 제목의 장을 읽고

오늘 나의 하루 중 생산적이었던 일과 비생산적이었던 일은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 휴가로 캠핑을 오며 책 두권을 가져왔다.

 투자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의 내 시간에 생산성을 더해주기 위한 "한권으로 끝내는 테마주투자" 와  휴가지에서 사색을 위한 "순종과 해방사이" 이다.

 놀러 다닐 때도 틈새 시간을 멍하게 보내는게 싫어 늘 책이나 할 거리를 챙겨 다닌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는 밖으로 나오면 두아이 모두 아빠가 데리고 노는 편이고 나는 내 손길이 필요한 순간 이외에는 앉아서 책을 읽는다.


 오늘 한 일 중 내가 평소에 비생산적이라 여긴 일들은 무엇일까?


 둘째랑 손잡고 화장실도 따라가서 기다려주고 눈 맞추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한참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과 포켓몬 컬러링 북 색칠을 하며 생산성 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샤워할때 아이들이 놀면서 천천히 하게 내버려 두었다.

 머리감는 샴푸와 얼굴, 몸씻는 비누를 구분해서  천천히 샤워를 하였다.

 천천히 아침 산책하며 나무에 붙은 매미껍질 찾으러 다녔다.

 태권도원에서 시간이 충분해서 박물관에 두번이나 들어 갔다 왔다.

 잠자리 들기 전 가족끼리 모여 앉아 먹태를 뜯어 먹으며 밤수다를 떨었다.

 첫째가 배가 아프다하여 옆에 앉아 팔,다리 주물러주며 간지럽히고 장난치며 놀았다.


 써놓고 보니 그리 비생산적인 일도 아니고 어쩌면 내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들이다.

 그러데도 나는 일상 에서는 아이와 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이의 팔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손발톱을 정성껏 정리해 주는 일에도 선뜻 시간을 내어주지 못한다. 

 샤워도 비 누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리릭 3분안에 끝내야 그 다음 시간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7시면 영어 dvd를 봐야하는 시간인데 앞의 일들이 늦어져 밥먹기를 정해진 시간안에 끝내지 못했다면 내 마음은 초조해진다.

 남편이 아이들을 재우는 날에는 나는 운동을 하고와서 샤워를 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남편이 옆에 와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방해 받은듯 날을 세워 용건만 처리하도록 하는 내모습이 생각해보면 참 우습다.

 삶의 순간순간을 최대한 생산적으로 살고, 조금만 더, 더 하며 하루를 꽉 채워 보내어야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람된 하루를 살았어' 하며 내 자신을 인정해 준다.

 

 그런 하루에 비교하면 오늘 하루는 전혀 채워지지 않은 하루였다.

 아이들과 남편이 수영을 하는동안 다 읽겠다며 가져갔던 테마주책은 물속에서 뭔가를 할때마다 자랑하려고 5분간격으로 엄마를 불러대는 둘째와 춥다고 10분간격으로 간식먹으로 찾아오는 첫째덕에 몇 장 읽지도 못했다.


그 대신에...

아이의 눈빛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고,

아이의 길어진 팔다리를 한없이 스다듬어 주었다.

남편의 길어진 수염 한올 한올을 쳐다보며, 겨울휴가에 대해, 요즘 학교생활에 대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사는것이 나에게 더 만족감을 주는 일인가 생각해보았다. 선뜻 후자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 균형을 잘 맞추어 사는것이라 대답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강제로 나와있지 않으면 나는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또 더 생산적이 되기위해 가족에게 눈을 맞추는 시간을 줄이고 있겠지...

 미래 대비를 위해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느라 현재를 즐기지도 못하는 나에게

 늘 후회 없이 지금 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다.

 가끔은 이렇게 비생산적인 것들로 가득 채우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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