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연필을 오랫만에 깍아주고 싶어서 필통을 열었다가 웃음이 빵터졌다.
몽당연필 네자루...
이만큼을 쓴거야 아님 부러뜨린거야? 싶을 정도로 연필은 내 손에 겨우 쥐어질 정도로 짧아져 있었다.
아빠가 이야기 한다.
"아빠는 학교다닐때 이렇게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써 본 적이 없어"
그렇다. 나도 늘 잃어버리거나, 몽당연필이 되기 전에 싫증나서 다른 연필로 바꿔쓰는 바람에 손에 쥐기 힘들정도로 짧아진 연필은 써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이의 열심과 인내로 만들어 진 몽당연필을 보며 지난 일 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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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힘들게 등원을 한 첫째가 마음에 쓰여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밥도 안 넘어갔다. 좋아하지만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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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을 유치원에 적응을 못해 "유치원 안가"라는 말로 엄마를 거의 노이로제에 이르게 한 아이였다.
내 품에서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이가 요즘은 적응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직 나에게는 첫째 아이의 적응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지 아이가 새로운 어떤 것을 시작할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늘봄교실, 피아노학원, 수영학원, 밤실마을학교, 하다못해 도서관 프로그램까지!
새로운 시작 앞에 예전의 그 삐걱거림은 전혀 없이 무엇이든 "어땠어?" 라고 물으면
"엄마 재밌어, 또 갈래" 연발이다.
어젯밤 아빠가 어서 양치하고 자자고 부르는 소리에
"잠깐만! 엄마만 좀 안고 갈게" 하며 나를 꼭 안아주고 가던 나의 첫째야...
고맙다.
너의 첫걸음들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과 기대로 내딛어 주어서...
너의 힘으로 너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주어서...
엄마가 너의 우주였던 시절을 넘어서 너만의 우주를 만들어 가는 멋진 너를 보며,
엄마도 엄마만의 우주를 열심히 만들어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