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이후로 발표는 오랜만이었는데 2분이어서 부담이 없기도 했고, 숙소로 돌아와서 바로 아이디어 준비를 시작했다.
나의 아이디어 발산과 접근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내가 서비스의 대상이 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가장 불편하고 해소하고 싶을 지 생각해보고, 거기서 지금 구현하거나 일정 내에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를 발굴한다. 그 다음 스스로 검증을 위해 리서치를하거나 인터뷰, 관찰을 진행한다. 맞지 않거나 현실성이 없는것은 드롭한다. 다만 해커톤에서는 그러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근거와 뒷밤침이 되어줄 리서치와 논문, 영상을 많이 찾아보았다.
나는 그럴싸하거나 표면적인 서비스는 하고싶지 않았고, 고령층의 사회적 역할 부재와 그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를 오로지 서비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고령층이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배워야 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이 가진 가장 가치있는 것을 스스로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것이었다. 디자인으로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령층이 가진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삶의 지혜와 쌓아온 삶의 경험일 것이다. 더불어 제주는 고유한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두개가 합쳐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으려면 아이들의 교육 콘텐츠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주고령층의 이야기를 AI를 사용해 동화로 변환, 아이들의 교육 콘텐츠로 만드는 서비스 구상했고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발표자료에 넣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지도에 핀을 꽂아 아이콘으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개발 스펙이 지금도 큰데 더커질 것 같아 그 이후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디벨롭하는 방향으로 가져갔다.
팀 빌딩 후
다행히도 좋은 분들과 함께 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팀장님은 백엔드 개발자분이 하셨는데, 초반에 해커톤에서 공동 목표와 각자가 얻어가고 싶은 목표들을 노션에 정리해줬고 진행하는 중간중간에도 이것을 언급해주시면서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검증해주셨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는 모두 재밌고 훌륭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신박한 접근의 주제도 있었고, 창업 아이템과 같은 좋은 아이디어도 있었다. 우린 성산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논의했다 ..... 아이디어에 대해 엄청난.. 엄청난 논의 후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디벨롭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그때가 비어파티가 끝난 후, 밤 12시였다.
난 내 아이디어가 상을 받을 수 있을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문제정의와 해결방법, 기대효과와 이 문제를 풀어야하는 이유에 대해 팀원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좀 더 터득해야 함을 많이 느꼈다.
내가 처음 구상했던 건 지역 별 이야기를 아이콘으로 표기하고, 지도 위에 아이콘 핀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만 전시관에 지도를 활용한 꽤나 비슷한 UI를 가진 서비스가 이미 있었다. 급하게 기획 방향과 배경을 울팀 기획자와 함께 논의하며 수정했다.
기획자와 함께 기획방향과 화면 구체화를 했다. 나는 서비스의 토대가 될 톤앤매너 레퍼런스를 찾고, 기획자가 플로우 와프를 그리는 동안 프론트에서는 기술스택을 맞추고 백에서는 크램폴린 배포환경 구축을 준비해주셨다. 뭔가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어서 우리 팀원들이 정말 든든했다. 모두들 정말 열정있게 임했다!
기획자와 정말 많은 논의를 했고 계속해서 문제를 뾰족하게 다듬었다. 우리 기획자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의 배경과 '문제정의'를 뾰족하게 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정의한 문제는, '제주 고령층의 사회적 역할 부재로 인한 고립감'이었고, '고령층의만의 세대를 거쳐온 문화적 가치' 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단 이것을 사회적으로 환원해 가치있게 재생성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어르신들의 음성을 매개체로 제주 지역의 이야기를 알리고, 어린이들은 동화로 변환 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퀴즈를 맞추는 플로우로 구성되었다. 어린이들 (학부모)를 대상으로, 퀴즈를 풀고 제주템을 얻어 나만의 섬을 꾸미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활용한 UI를 디자인했다.
해커톤에서는 짧은 시간에 이목을 끌 수 있는 퀄리티 있는 UI, 그럼에도 실현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해커톤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기획의도가 수상의 유무를 판가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좀 더 게이미피케이션하게 만들었다.
서비스의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와 해결 방법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기획배경과 의도가 서비스에 잘 보이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게이미피케이션한 화면과 요소들을 디자인하고 아이콘을 계속 그려야 했다.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이 퀴즈를 맞추면 얻을 수 있는 '제주템'의 아이콘을 잘 그리고 싶었는데,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이 그려야하다보니 퀄리티가 아쉬웠다.
우리 기획자가 예대 디자인 전공(!!) 이었기 때문에 내 디자인도 많이 피드백해줬고, 디자인도 함께 잡아가서 너무 좋았다.
물론 중간에 기획 방향이 틀어지기도하고, 좀 더 구체적인 배경으로 수정되기도 하고, UI에 이걸 넣네 마네 ... 기능구현이 되네 안되네.... 이걸 하네마네... 서비스가 두개녜마녜.... 합치네마네... 고군분투를 하던 새벽 시간도 있었다.
또 우리는 open ai api호출을 두번하는데 첫번째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동화로 변환, 두번째로 변환된 동화에서 퀴즈를 추출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프롬프트 설계를 꽤나 했던 경험이 있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고려한 점은 프롬프트를 설계 할 때 어르신의 이야기가 지역과 연관되어 의미있는 교육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신경썼고, 또 삶의 경험이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어르신의 이름을 주인공으로 사용했다. 수요자가 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최대한 쉬우면서도 제주에 대해 알 수 있는 퀴즈들과 답변이 구성되게 설계했다. 그리고 백엔드 개발자분이 코드로 더 디벨롭해주시면서,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어주셨다.
문제정의와 배경을 더 탄탄하게 가지고 가기 위해 엄청난 논의를 했고, 기술문의도 중간중간 많이 하다보니 발표자료 제작을 늦게 시작했다. 마지막 즈음엔 정신줄 놓고 아이디어가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까지했다. PPT의 흐름과 내용은 잘 담겼지만 나는 디자인적 퀄리티가 아쉬웠다.
정말 발표 직전까지 놓지 않고 애써준 우리 백, 프론트, 기획자가 있어서 시연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발표를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팀원들에게 많이 배웠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시연을 위해 로직수정, 디자인 디테일 잡아준 팀원들을 보면서 너무 멋있고 고맙고 그랬다.
우리의 발표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다른 팀들의 발표도 너무 재밌게 들었고 퀄리티와 구현 정도가 다들 수준이 엄청 높았다. 우리 발표차례가 되니까 엄청나게 떨렸다 그치만 울 기획자 발표 진짜 짱이었다.... 심사위원분들을 발표 안으로 끌어들이는 스킬에도 놀랐고, 차분하게 우리가 의도했던 배경과 서비스에 대해 시연해줬다.
다행히도 우리는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발표 직전까지 엄청나게 속으로 떨고있었는데 우리 팀원들의 노고가 인정받은 것 같고, 답답한 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UX 디자이너로 업무를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되면서, 나는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좋은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그것을 화면에 녹여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다. 이번 구름톤을 통해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연함 내문제임)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통의 측면에서 나는 많은 성장을 했다. 팀원들에게 많이 감사하다.
그동안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로 나열하면 상대방이 7-80%는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확실히 내가 말을 구조적으로 하는데에 부족하고,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화면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논리적으로 구조적으로 풀어내는 스킬이 필요함을 알았다. 이 부분을 우리 기획자와 많이 논의하면서 잘 풀어냈던 것 같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BM)을 설계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결과도 좋았고 나름 재미있는 서비스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단순히 사용자 경험만이 아니라, 서비스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성을 가질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아쉽게도 명확한 구조를 그리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 점은 앞으로 나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