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소성적 사고를 지니기

by 아리아


삶을 읽는 사고는 내가 입사를 준비하며 회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선택해야 할지, 그리고 회사는 나에게 어떤 태도를 기대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읽은 책이다. 속초 여행 중에 우연히 골랐던 이 책은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에게 업무 태도와 마음가짐의 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첫 회사에 입사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으며 초심을 돌아보게 되었다.


물과 같은 디자인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은 디자인이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의 여백, 모니터의 베젤 하나까지도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도 디자인은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물'과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것부터 물리적으로 보이는 사물을 인간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디자이너로서 내가 하는 일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그 가치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며 일하고 있다.

제품은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에 가치를 더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며, 때로는 깊은 감동과 연결을 제공하는 존재여야 한다. 우리는 종종 제품을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제품은 그 이상이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줄 때, 비로소 그 제품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된다.

그 수단으로 작가의 특별한 점을 볼 수 있는데, 상품 개발 과정에서 경쟁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고 비교하는 방식을 버렸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2500엔이라는 금액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나 경험을 떠올리는 실험을 했다. 2500엔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신제품의 진정한 경쟁 상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이 방식에서 좀 놀랐는데, 내가 만드는 것이 제품을 넘어서 초점을 어떻게 '사람'에게 맞추는지 어떻게 고민하는지 새로운 방식이었다.


소성적 사고

어렸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내면의 생각 방식과 말하는 태도, 사람을 보는 관점 등은 전혀 다르다. 불과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도 같지 않다. 마냥 성장만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읽은 책과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사토 다쿠는 ‘소성적 사고’를 강조한다. 그는 주어진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나 또한 회사에서 여러 업무를 맡으면서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정의해야 할지, 디자이너라고 정의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그저 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소성적인 생각을 해보니, 특정 역할에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맡은 환경과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유연한 디자이너로서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었다.

특히 UX 디자인에서는 소성적 사고가 더욱 중요하다. 사용자를 리서치하거나 인터뷰할 때, 역지사지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UX 디자이너는 특정한 틀에 얽매인 아티스트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와 환경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결국, 디자인은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주어진 환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적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소성적 사고는 단순히 유연한 태도를 넘어, 내가 아닌 타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해 준다. 그리고 이 태도가 디자인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하는 존재일까? 나는 좀 더 큰 시야로 바라보고 싶다. 크게 보면 사회를 상대하는 어떤 과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수단을 활용해 풀어내는 역할이 아닐까. 그래서 '디자인 없는 디자인', 경험 디자인의 분야가 더 커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이것들을 하나의 관점에서 매니징 하는 프로덕트 디자인의 역할도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소성적인 사고로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적응해, 본질에 접근해 순수하게 대응하기. 진심으로 다가가기.

참 어려운 것 같다. 아마도 계속해서 이렇게 사고하고, 태도하려 노력해야 할 주제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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