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행복을 생각하며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를 읽고

by 스토


독서 모임을 위해 미리 책을 받았고, 미리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참 효과적으로 지나치지 않게 교육적이었다. 그림책을 아이의 책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그림책을 어른으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모두 적절한 생각거리를 주었다. 작가의 깊은 고민이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렇게 정리해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그림책의 그림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고정순 작가는 그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반인의 눈에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작가에겐 더 큰 울림이 있었을 것이다. 고정순 작가는 그림책의 화두로 ‘입장’을 이야기했다. 책에는 10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결국에는 10명의 다양한 입장의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10명의 사람은 몇 마디 말과 표정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한다. 우리는 그 몇 마디와 한 장의 그림을 통해 그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무시했던 다른 사람의 삶과 가치를 생각해 보는 거다.

난민으로 유추되는 아이는 전쟁으로 고양이도 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성 소수자로 유추되는 아이는 자신은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도 아닌 자신이라고 말한다. 아픈 아이는 아프지 않은 삶은 어떤 것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 듯 말하고, 느리거나 예민한 아이는 그대로의 자신을 설명한다.


독서 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이에 대한 생각과 어린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가장 심한 욕은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라고 했다. 그건 이해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해할 마음이 없다는 선언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도 늘 그런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던 거 같다. 다름을 이해하자고, 받아들이자고 했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그저 조용해 거리를 두며 살고 있는 거 같다.


어떤 사람은 어린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자신 주위로 어린이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 말은 아이를 싫어한다기보다 자신이 아이에게 제대로 대해줄 자신이 없어서인 듯 보였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어른들이 어린 시절의 나를 대할 때 얼마나 조심스런 마음이었을지 알게 되었다.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만 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참 억울할 법한 말인데 어른으로 조심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한 말일 것이다.


어린이를 무척 사랑하고, 어린이에게 인정받는 것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기던 나도 이제는 점점 그런 맘이 사그라든다. 상처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은 다른 면으로는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 어른의 조심스러움은 한켠에 이런 위축된 마음이 담겨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뭐, 다 좋다. 우리는 누구든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으로 바라보았으니 어딘가에는 티가 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티에도 우리는 기가 막힌 위로를 받는다. 그게 사는 맛인 거 같다.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받았다. 받고 보니 날짜가 12월 24일이었다. 언젠가는 내가 손꼽아 기다렸을 날이었을 텐데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카드를 쓰고 선물을 마련하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하루로 여기며 보내고 싶다. 누군가에서 소중할 하루를 나도 축하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