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몇 송이가 리조트의 아침에 매달려 있다. 저 멀리 운무에 갇힌 여름의 산이 싱그럽다. 밤새 술 마시며 썰을 풀던 옆방 사람들의 늦잠이 아침의 고요를 강화한다.
거실의 탁자, 냉장고, TV, 식탁, 소파는 인간이 잠든 덕분에 달콤한 휴식 중이다. 그들은 각기 타고난 쓸모를 다하고 있다. 쓸모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다 쓸모를 다한다.
이곳에 하루만 살다 가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루를 살기에는 이처럼 늘 부족함이 없다. 어제를 기억하면 아프고 내일을 떠올리면 불안하다. 그런데 오늘은 늘 이와 같이 건조하다.
그래서 비가 오나 보다. 리조트에서 단 하루 묵었다 가는 심정으로 사는 것이 왜 쉽지 않을까?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 모든 게 이렇게 가벼워지는 것을 수시로 잊고 산다.
내 몸도 내 것이 아니고 내 시간도 내 것이 아니고 내 것인 것은 애초에 없었다. 한 발 물러서 보자. 물러 선 그 동그라미 속에 실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된다. 스스로의 올가미에 갇혔다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은 다 나에게서 온 것이다.
리조트와 저 높은 산과 발코니의 빗방울은 늘 그대로였을 것이다. 다만 그들을 지켜보는 내가 아침부터 횡설수설일 뿐이다.
이 순간도 가족들이 깰까 봐 나는 충전기에 꽂힌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방문을 열지 못한다. 배려일까? 청승일까?
어젯밤의 편의점 영수증 뒷면에 관찰일기를 쓰고 있다. 어린 시절 전단지를 모아 뒷면에 수학 문제를 풀면서 나의 궁핍을 측은해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진정한 궁핍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그 시절이 사실은 궁핍으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