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사다리 타기

by 올제


그 사람 키가 크고 잘생기고 능력 있으니까 만나 볼래? 그 사람 키는 작지만 그만하면 착하고 성실하고 능력 있으니까 한 번 만나 보는 게 어때?


주변의 참한 여성에게 누군가를 소개해 줄 때 주로 반복되는 문장의 형태가 아닌가 싶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키와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순접’의 접속사 ‘그리고’로 연결되면서 뒷부분이 짧고 담백하다.


반대의 경우 ‘역접’의 접속사 ‘그러나, 하지만’으로 연결되면서 뒷부분이 구질구질하게 길어지고 중언부언이다.


키가 아무리 커도 아무리 작아도 하늘 아래 도토리 키재기라 치면 우리들의 문장은 머쓱해진다.

한편 사다리 타기 게임은 상당히 공정하다. 아무리 구질구질한 종이에 사다리를 쓱쓱 대충 그려도 결과는 공정하다.


사다리를 열어서 도착점에 도달하기까지 설렘과 작은 소망에 두근거리기도 한다.


결과가 돈이 나와도 기분 좋게 쏠 수 있는 금액인 경우가 많다. 결과가 ‘심부름’이 나와도 가볍게 수다를 떨면서 산책 겸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 경우가 많다.


결과가 ‘제로’인 경우는 깡충깡충 뛰면서 신나게 춤추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작은 사다리 그림 하나로 모임에서 너도 나도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는 간식타임을 가진다.


노예제도와 신분제도가 사라져서 공식적으로 평등하다는 요즘의 시대는 사다리 게임의 흥이 깨지게 하는 일이 너무 많다.


태어날 때부터 사다리의 꼭대기에, 혹은 땅바닥에 첫울음을 쏟아낸 요즘의 사람들은 이제 다른 층으로 갈 수도 없고 갈 용기도 희망도 갖지 않는다.


신계층주의 구조의 사다리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마지막 장면처럼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옆으로 뉘면 어떻게 될까?.


땅에 있던 사람들에게 공평한 것인가? 꼭대기 층에 있던 사람들에게 불공평한 것인가?


공평이란 과연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인지 잘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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