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떠오르는 생각...
나는
한겨울에
대륙을 건널 때에도
투박한 짐가방에
두꺼운 외투 하나
홈쇼핑에서 구입한
고무밴드 바지 세 개
둘둘 말아 넣어 떠났다
이제 갑작스레
미지의 세계로 가려는데
생전 처음으로 가는 곳이라
가방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비행기에 얼마나 실어줄지
미리 알 수가 없는 곳이라
홈쇼핑에서 산 물건들은
그냥 다 두고 가야겠다
생각해 보니
내겐 값이 많이 나가는 물건이 없다
무겁고 귀한 물건이 없으니
짐 싸기엔 딱 좋은 인생이다
남은 삶에 대한 꿈같은 사치와
지난 세상살이에 대한 미련한 후회와
가난한 어린 날에 대한 묘한 그리움은
골통 usb에 꼬깃꼬깃 압축할까 한다
나는 그런데,
여전히 압축을 하지 못하여
클릭을 주저하는 것이 남았다
나의 숨이 끊어져도
내 맘이 끊어질 수 없는
이생에서의 인연들은
생각해 보니...
어찌할 바를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