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즈음에


해진 누더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거리의 겨울나무가

밤늦도록 헤매는

취객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올 한 해 무엇이 그리

당신을 힘들게 했느냐고.

다가오는 새해엔 부디

꼿꼿이 서서 걸어보라고.


해마다 이 즈음엔

눈물겹도록 허무하거나

해마다 이 즈음엔

성스러울 지경으로 숙연하거나

해마다 이 즈음엔

근거 없는 희망에 가슴 벅차다


마음껏 후회하고

때론 허황된 꿈을 꿀 수 있어서

이 즈음에 느끼는

혼탁한 감정의 사치는

일 년에 한 번이라는 이유로

드넓은 목장의 초목을 휘휘 노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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