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옛이야기를 받아 씀
동무
동무
밥 좀 주기요
밥 좀 주기요
동무
겁먹지 마시라요
내래 당신 같은
오마니 있으니끼니
별빛 메고 들이닥친
피 끓는 군홧발
젊은 그들,
북에서 내려온 허기진
숟가락,
경상북도 상주군 산골마을
한밤중 서러운 공포를
달그락달그락 삼키고 있다
열두 살 갈래머리
뽀얀 고사리손
장작불 가마솥에
뽀얀 흰쌀을 부어다
꾸역꾸역 뜸을 들인다
열여덟 살 언니는
뒷마당 나락더미에
붉은 청춘을 숨기고 있다
중년의 엄마는 거칠어진 손으로
이름도 모를 북에서 온 청년이 가엾어
땅속 깊이 삭혀둔 김치를
푹푹 건져내 서러운 양푼이에
쭉쭉 찢어낸다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고
장총을 메고
낯선 방안에
켜켜이 드러누운
낯선 대화,
알알이 여름밤의
청아한 마을내음을 찢어낸다
내래 결혼한 지 삼일 됐시오
어케 여기까지 왔는지 몰겠음메
내래 오마니 보고 싶어 죽갔시오
우리 오마니한테 살아서 가겠시오?
어케 죽어서라도 가겠시오?
우리 오마니 마이 보고 싶소
무섭지 않은 목소리와
무섭지 않은 밤하늘의
한없이 무서운 이야기를
한없이 겁먹은 아해가
끝없이 깜깜한 밤하늘이
함께 숨죽여 듣고 있다
동무
동무
새벽 네 시,
군홧발로 잠든 그들
장총 메고 일어나 갈 길 재촉한다
동무
동무
수비산이 어느 방향이지비~~?
수비산이 어느 방향이지비~~?
날래 가자우. 날래 가자우.
뜬눈으로 산골마을 밤을 지킨
가슴시린 아비,
아들같은 인민군들을 데리고
수비산 가는 길을 나선다
날이 밝아오니
길 떠난 아비는 돌아오고
날이 밝아오니
길 떠난 그들은 돌아간다
그때
수비산으로 진군하던
인민군 청년이 반은 죽었다 한다
그때
수비산으로 진군하던
국방군 청년이 반은 죽었다 한다
열두 살 갈래머리
뽀얀 두 손은
청년들이 허겁지겁
흰쌀밥을 밀어 넣던
무덤덤한 숟가락을
뽀드득뽀드득 씻고 있다
날이 밝아왔다
옆집 순이네에도 인민군이 다녀갔다고 한다
동무
동무
밥 좀 주기요
밥 좀 주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