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굽은 동네 어귀

키 큰 나무의 가슴,

잠시 정적이다

미로 같은 골목길

머쓱한 전봇대의 가슴,

잠시 정전이다


술래는

속도를 밀당하는 래퍼다

술래는

무궁화의 손에 땀을 채운다

술래는

그러나 어둡고 외롭기도 하다


무궁화는

땅 위의 스파이더맨이다

무궁화는

식은땀을 잡고 살금살금 피어난다

무궁화는

소심하게 혹은 과감하게 꽃잎 저벅저벅 피어난다


홀로

살아남은 무궁화는

술래의 손끝에 길게 늘어선

동무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술을 세운다


홀로

술래이던 술래는

마지막 무궁화가 피어날까

가슴이 타들어 목구멍에 멍이 들었다


내가 무궁화일 때

나는 한 술래를 맞서고

내가 술래일 때

나는 무궁화 여럿을 맞선다


무궁화가 여럿인 것은

한 무궁화가 죽으면

다른 무궁화가 싸우고

살아남은 무궁화가

먼저 간 무궁화를

다시 피우려고 하는 탓이다


어제 아침에

피어난 무궁화는

어젯밤 가고 없고

오늘 아침에는 그

옆동무가 피어나

나무는 여전히 꽃이 무성하다




#놀이 #무궁화 #입장 #마음 가짐 #함께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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