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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앓던 이가 빠진다는 것

by 김재선

두 달 전 마음고생이 심한 후부터 오른쪽 위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잇몸약을 먹으면 좋아질 것 같아서 열심히 먹으며 참고 지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점점 더 아파져서 좀 딱딱한 것은 씹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니 매사가 짜증 나고 힘들었다.

여기는 시골이라 좀 큰 도시로 나가야 치과라도 갈 수 있을 텐데 치과 가기도 겁나서 잇몸 염증에 좋다는 가글을 사서 사용해 봤다. 한동안 좀 진통이 가라 않는 듯했다. 하지만 원인치료가 되지 않았으니 언제 다시 아파질지 모를 일이다.

근데 가까운 진부에 치과가 새로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신경치료나 받아볼 요량으로 갔다. 진료를 보던 젊은 의사는 염증이 심해서 이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얼떨결에 이를 뽑고 염증 치료를 받았다. 염증이 워낙 심했던 터라 피가 많이 났다. 다시 병원으로 갔다. 지혈을 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겨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좀 안정이 되니 이는 빠졌지만 통증은 사라졌다.

더욱이 신기한 건 등 쪽에 통증이 있어서 불편해던 것도 함께 없어졌다는 거다. 잇몸 염증이 없어지면서 함께 없어진 거다.

의학적으로 몸에 염증이 심한 곳이 있으면 몸이 여기저기 아프게 된다는 거다.

염증이 혈관을 타고 이동이 된다.

잇몸 염증치료로 몸의 상태가 좋아진 거다.

그렇다 사람은 어디가 심하게 아프면 다른 곳도 따라 아프게 된다.

주변 사람에게도 염증 같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가까이하면 마음이 상하거나 상처를 받을 일이 생긴다. 염증치료를 하듯이 그 사람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거다.

옛말에 앓던 이 가 빠지듯 시원하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편해야 행복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건 근심이 없어야 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이번 앓던 이를 뽑으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평소에 치아 관리를 잘해야 하듯이 우리도 인간관계도 잘 정리하고 살아야 한다. 매일 이를 닦듯이 우리의 마음을 매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용서할 건 용서하고 이해할 건 이해해 주는 것 그리고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것보다 내 이를 잘 관리해서 오래 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사람 관계를 정리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고 회복하는 게 더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염증이 심해서 도저히 회복시킬 수 없을 때는 과감하게 뽑아 버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오늘도 이를 생각하면서 또 하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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