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소 편지[254]
사람이 복잡해 보이는 것 같아도 단순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처럼 어려서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한 번 길들여지면 평생에 걸쳐
작용하니까요. 그것을 우리는 길들였다 말하지 않고 습관이라고 부를
뿐이지요.
흔히 인생을 모순 투성이라고 말하는데, 습관도 그중 하나입니다.
생일을 기해서 금연을 작심한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 독하게 마음을 다잡지만, 한 달이 못가 손이 갑니다.
‘작심삼일’이란 이럴 때 쓰는 말. 두루 경험한 사실입니다. 운동하기,
부모님 찾아뵙기, 외국어 공부 등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고비가 많아요.
쉽게 꾀가 나고 변명도 많지만, 나쁜 것은 한두 번으로도 족합니다.
도박, 마약, 사행성 오락 같은 것은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이러한
원리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아요.
잘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시시비비보다 주먹이 앞서고, 이성보다 순간
감정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보는 것, 느끼는 것, 알고 있는
그것이 절대 진리고 진실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생각하며 느끼고 보는 관점이 다름이 늘 문제입니다.
그래서 항상 내 얘기가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 큰소리치고 장담하는
사람일수록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 후회를 남깁니다.
말하기도 게임이고 전략입니다. 상대가 큰 소리로 해대도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사람, 다소곳 듣기부터 하는 사람에게 패하기 십상입니다.
한 마디를 해도 정곡을 찌르고 나오니까요. 그래서 말하기도 습관이라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습관 중에 가장 고급스러운 것이 ‘역 지시지(易地思之)’입니다. 내 주장에
앞서 문제를 뒤집어 생각해 보는 사람이죠. 내 중심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행할 언행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것이 많습니다.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은 한문으로 보면 글자 순서만 바뀌었을 뿐, 똑 같이 집을
나간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하지만 글 뜻은 전혀 다르듯, 말이란 생각 없이 쓰면 오해를 부릅니다.
왜 출가는 의미 있어 보이고 가출은 어리석게 보일까. 이는 목적이 있고
없다의 차이뿐예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집을 떠나면 출가가 되고, 뜻도 없이 현실도피를
위해 집을 나서면 가출이 됩니다. 다이아몬드와 큐빅은 비슷하게 생겨
얼른 보기엔 식별이 쉽지 않으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죠.
멧돼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야행성 동물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동물입니다. 그런데 주거지역이 확대되면서
낮에는 사람을 피해 잠자고 밤에 먹이를 찾아 나선 답니다.
멧돼지를 만나면 지그재그로 뛰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데 큰일 날
소립니다. 멧돼지가 위협적인 것은 속도니까요. 장단거리에 다 능하여
100m를 10초에 주파하고, 지구력도 강해 1시간에 45km를 달립니다.
마라톤 기록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속도지요.
속도가 붙으면 높이 1m의 장애물도 거뜬히 넘고, 위험이 생기면
재빨리 방향 전환하는 능력까지 우수합니다. 다른 포유류처럼 후각도
뛰어납니다.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후각은 같은 냄새를 오래 맡으면 둔해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숨을 짧게 끊어 쉬면서 최적의 후각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죠.
개나 돼지가 코를 씰룩이며 ‘킁킁’이는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오지랖 넓게 나서는 것보다 먼저
상대편 얘기를 잘 듣는 것이 지혜입니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은자(隱者) 형 인간으로, 늘 사안을 뒤집어 생각하는 사고로, 말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말이 사람의 품격을 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