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장담할 것은 없다

이관순의 손편지[257]

by 이관순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를 고철 덩어리로 망치게 할 수는 없다!”


계속되는 반대 속에 세워진 320m 높이의 에펠탑. 핍박을 받으면서

귀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워진 에펠탑은 이제 연 천만 명이 찾는,

유료 관광명소 중 단연 세계 1위를 자랑합니다.


200여 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에펠탑의 연간 매출액은 얼마나 될까?

성인 입장료 9유로일 때를 기준하면 대략 9000만 유로, 1200억 원이

넘는 계산이 나옵니다.


에펠탑이 벌어들이는 총수익의 3분의 2는 입장권 판매가 차지하지만,

입점 가게들이 내는 임대료와 탑 꼭대기에 설치된 방송 송신료 등으로

수백 억 원의 부대수입을 벌어들입니다.


1989년 에펠탑 100주년을 맞아 야간 특수 조명을 설치한 후로는 상업

목적으로 에펠탑을 촬영할 경우 별도의 로열티가 부가됩니다. 밝게 불이

켜진 에펠탑을 배경으로 ‘샤넬 N.5' 향수 광고를 찍은 샤넬 사는 매년

에펠탑 측에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한답니다.


현재 에펠탑 관리 운영은 파리 시청 산하의 신 에펠타워사(SNTE)가 맡고

있습니다. 90년간 독점 운영권을 가졌던 귀스티브 에펠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입니다.


1889년 세계 만국박람회 기념 조형물로 제작될 때만 해도 에펠탑은

행사가 끝나면 바로 철거될 운명이었지요. 시내 한복판에 설치한 대형

쇳덩이가 파리를 파괴하는 야만적 행동이란 여론 때문입니다.


파리의 문화예술인까지 모두 종주먹을 쥐고 반대 대열에 섰으니까요.

소설가 모파상의 경우는, 얼마나 혐오했으면 에펠탑을 보지 않으려고

매일 에펠탑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합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사람들이 “싫다는 에펠탑엔 왜 매일 오느냐?”라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파리에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은 여기밖에 없소”

라고 응수해 화제가 되었지요. 얼마나 보기 싫었으면 그랬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에펠탑 건설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건축가 에펠이

박람회조직위에 제의합니다. 건설비의 80%를 부담할 테니 10년간

운영권만 달라고요. 투자금을 회수한 후 철거를 계산한 거죠.


그러나 10년 후 에펠탑이 예상과 달리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자

당국은 계획을 철회하고 에펠탑의 관광 상품화를 결정합니다.

에펠이 요구한 80년간 운영권 연장까지 받아들이고 말입니다.


에펠가(家)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던 1979년 파리시장으로 선출된 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대규모 수익사업을 더 이상 특정 가족에게 맡길

수 없다며 계약 연장을 불허했습니다.


그리고 파리시가 에펠탑 수익금의 90%를 갖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에펠 가는 불만이 없었다고 해요. 90년간 독점 운영으로 큰돈을 번 데다

세계적 명성까지 얻었으니, 남아도 크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니까요.


전 세계인의 로망이 된 파리 에펠탑이 2017년 ‘방문객 30억 돌파’라는

큰 기록을 세웠습니다. 설립 130년 만의 성과였어요. 이를 기념해 그해

9월부터 에펠탑 특별 조명 쇼가 펼쳐졌습니다.


파리시는 평상시의 조명인 금빛을 노란빛으로 바꾸고 1층 전망대에

아무런 수식어 없이 ‘300 Millions de visiteurs' (30억 방문객)라는

간결한 문구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에펠탑의 화려한 성공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에필탑의

성공은 ‘에펠탑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도 만들었지요. 특정 대상을

싫어하다가도 그 대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130년 전 에펠탑 건설을 결사반대한 이들이 살아있다면 파리의

상징물로 황금 알까지 낳는 에펠탑을 향해 뭐라고 불평했을까?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던 모파상도 ‘내 생각이 짧았네.’ 사과하지 않았을까?


역사는 종종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듭니다. 생각, 이념, 관념, 사랑까지

영원한 건 없습니다. 세상 어디에 진리라고 외칠만한 것이 있던가요?

때로는 진리로 믿었던 것까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죽고 사는 것 외에 불변의 진리란 없습니다. 인간은 역사의 파도를 타고

넘는 서퍼일 뿐. 집중할 곳은 내 앞의 파도입니다. 우리네 인생사에

장담할 게 있던가요? 하나도 없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