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미래에 투자

by 속초순보기

겨울방학 두 달 동안 손주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5학년과 3학년, 이제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지만, 함께하는 동안 신경 쓰이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먹일까 하는 것이었죠. 요리에는 관심도 없었고, 퇴직 후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요리학원을 등록할까 고민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없었기에 더욱 부담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영양가 높고 친환경 재료로 만든 음식을 준비했지만, 아이들은 기대만큼 먹지 않았고,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대체하거나 외식을 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방학의 마지막 날을 맞이했습니다.

주변에서는 퇴직 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저를 만류했습니다.


"육아는 고된 노동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다. 몸이 망가진다." 끊임없는 조언과 만류 속에서도 저는 "왜 안 봐줘?"라는 말로 답하며 방학마다 손주들을 돌봐왔습니다.


큰 아이가 첫아이를 낳았을 때,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자진해서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했고, 1년 6개월 동안 손주를 보살폈습니다.


낮에는 도우미를 고용하고, 퇴근 후에는 제가 맡아 육아를 했습니다.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서둘러 퇴근해야 했고, 회식이나 모임도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때만큼 행복했던 시절은 없었습니다.


아이의 미소 하나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고, 무엇을 먹일까, 어떤 놀이를 할까 고민하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었습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아이 전용으로 마련하면서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다는 기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문득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육아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하지만, 나는 과연 나의 인생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리고 언젠가 내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일까? 저는 그 답을 '가족'에서 찾았습니다.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을 이룬다 한들, 내 자식이 방황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을 과연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잘 자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나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자식들의 행복을 돕는 것이 내 삶의 의미가 되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늘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이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장 바라는 바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바람이었고, 이제는 그 바람이 손주들에게까지 이어졌습니다.


훗날 손주들이 "할머니 덕분에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라고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요.


그 기억들이 그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고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된 일입니다.


그러니 손주를 봐주는 일이 힘들다고 해서 육아를 하는 분들에게 무조건 봐주지 말라고 하기 보다는 ,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돌보라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겨울방학동안 미래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장 따뜻한 투자, 값진 투자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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