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10월 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시누이들이 인제 곰배령을 오르기 위해 진동리의 펜션으로 모여들었다. 속초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40여 분의 산길을 달려 합류했다.
늦은 시간, 모두 닭강정 상자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쌓인 이야기를 풀어내듯 근황 토크가 오갔고, 아침 등산을 위해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나와 남편이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나머지 가족들도 각자의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듯 깊고 고요한 밤이 찾아왔을 때였다.
' 별 보러 갈 거야'
주변의 숨소리에 섞여 사라질 듯 아주 작게 울려 퍼지는 소리, 속삭임에 가까운 나직한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순간, 오래된 추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밤, 어머니는 우리를 둥글게 모이게 하더니, 아직 덜 자란 쑥대를 한 줌 모아 불을 붙이셨다. 이내 타들어 오르던 쑥은 파르스름한 불빛과 함께 짙은 녹색 연기를 내뿜었다.
그 향은 모기떼를 내쫓으려는 듯 맵고 독하게 공기를 헤집으며 우리 얼굴 위로 자욱이 번져갔다.
연기가 코끝을 찌르거나 기침이 터질 때면, 칠 남매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쾩쾩” 소리를 내며 어머니 품으로 파고들었다.
쑥대가 연기를 멈추고 숯처럼 잦아들 무렵, 어린 동생들은 이미 스르륵 단잠에 빠져 들었다.
졸음으로 무거우진 눈을 비비면서도 황금 같은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마지막까지 나는 버텼다.
' 똑바로 누워봐. 그리고 하늘을 봐'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쳐다본 하늘에는 기적 같은 우주가 펼쳐졌다.
밤하늘은 마치 지상의 개똥벌레 수백만 마리를 끌어 모은 듯 눈부신 반짝임으로 가득했다.
별빛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리듬을 탔다. 어떤 빛은 순간 흐릿해졌다가 곧 선명하게 폭발하듯 밝아지고, 어떤 빛은 스르륵 사라져 깊은 어둠에 잠겼다가 섬광처럼 다시 솟아났다.
일정한 무리를 지어 뭉게뭉게 빛나는가 하면, 홀로 동떨어져 더욱 선명하고 크게 시선을 잡아채는 별도 있었다.
별로 가득 찬 광활한 우주. 마당에 누워 엄마와 단둘이 올려다본 밤하늘은 숨 막힐 듯한 장관이었고, 벅찬 경이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어디에서 길을 잃었을까. 반짝이던 은하수를 왜 지금까지 애써 찾아보려 하지 않았던가.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오늘 밤부터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아야겠다. 그 별은 가슴속 깊은 곳에 봉인되었던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