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비로소 나아갈수 있다

by 속초순보기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 1월, 대한민국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되던 날은 나에게도 전환점이 되었다.

2002년 11월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오던 수영을 멈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주던 습관을 잃자, 마음과 몸은 공허하게 붕 뜨는 듯했다.그 후의 운동은 출퇴근길 걸음이나 퇴직 후의 산책으로 대체되었다. 퇴직후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고, 어떤 날은 25,000보가 넘기도 했다.


올해들어서는 매일 저녁 영랑호 반 바퀴를 돌며 8천 보를 채우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무릎에 통증이 찾아 오면서 걷기를 그만두어야 했다.운동을 멈추자 몸은 무겁고 나른해졌다. 다시금 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주 부터 였다.


수영을 시작한 첫날, 발차기와 호흡, 걷기 같은 기본 동작을 몸에 새기고 본격적인 영법에 들어갔다.

5년 만의 복귀라 서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놀랍게도 몸은 스무스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20년간의 기억을 잊지 않은 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힘차게 물살을 가르다 보니, 세 바퀴까지는 거뜬했다.


그러나 네 바퀴째부터 목에 힘이 들어가고, 몸은 굳어가며 결국 다리에 쥐가 났다.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수영은 ‘힘을 빼야’ 가능한 운동인데, 나는 자꾸만 힘을 주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며 다짐했다. “오늘은 꼭 힘을 빼자.”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신기하게도 어제와는 달랐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물 위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결국 힘을 빼니 수영이 제대로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는 비단 수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목에 힘’을 주곤 한다.

권위에 기대거나, 잘난 척을 하거나, 우위를 점하려 애쓰는 모습들 말이다. 수영이 그렇듯이 그 힘은 결국 자신을 무겁게 만들고, 삶을 경직시킨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

그럴 때 이웃과의 소통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여유로워진다.

힘을 뺄 때, 삶은 비로소 나아간다. 물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듯, 인생도 한결 가볍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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