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의도 증권가
해가 어스름 저문 저녁 민철은 증권사 건물 맞은편에 서서 주위를 멤돈다.
이따금 시계를 보고는 다시 건물 입구를 쳐다본다.
퇴근 시간이 돼자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큰 키의 민철은 까치발과 제자리뛰기를 번갈아 하며 인파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다.
여자(인아)가 눈에 들어온다. 여자는 횡단보로 쪽으로 걸어간다.
맞은 편 인아를 쳐다보던 민철도 인아를 따라 움직인다.
신호등 앞에 인아가 멈춰 선다.
민철은 횡단보도 못 미쳐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신호가 바뀌자 인아가 민철 앞을 지나 지하철 역 쪽으로 걸어간다.
민철도 지하철 역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2 지하철역
여의도역 3번 출구 계단으로 인아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인아보다 몇 칸 뒤에 민철이 서서 그녀를 본다.
인아가 걸어가다가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따라가던 민철은 몇 발짝 더 걸어가 기둥 뒤에서 그녀를 일거수 일투족을 살핀다.
계산을 하고 나온 인아가 개찰구를 지나간다. 동철도 거리를 유지한 채 인아를 뒤따라간다.
#3 플랫폼
인아가 플랫폼에 서서 지하철을 기다린다. 민철도 세 칸 좀 떨어져 인아를 틈틈이 바라본다.
지하철이 와서 문이 열린다. 인아가 전철에 오른다. 민철도 따라 오른다.
#4 만원 지하철 안
사람으로 가득한 지하철 안 서 있기조차 힘들다.
흔들리는 전철에 사람들도 같이 흔들린다.
외마디 비명도 들린다.
민철은 문 한 칸 간격을 두고 선 채 인아를 바라본다.
인아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딘가 불편해 하는 기색이다.
그녀 뒤를 보니 웬 남자가 인아 등에 밀착한 채 서 있다.
남자의 손이 인아의 엉덩이에 가 있다.
이를 본 민철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민철은 사람들을 헤치고 추행범에게 다가간다.
민철이 사람들의 몸이 쏠릴 때를 이용해 추행범 옆에 선다.
민철은 인아 엉덩이에 있던 추행범의 손을 떼어 내어 자신의 손으로 감싼다.
민철이 입술을 꾹 다물면서 손에 힘을 주니 추행범이 고통스러워 한다.
민철은 추행범을 인아에게서 떼어내어 출입문 쪽으로 끌고 간다.
전철이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남자를 힘껏 밀어 버린다.
추행범이 나뒹굴며 바닥에 쓰러진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한다.
민철은 얼른 인아를 등진 채 돌아 서자 인아가 민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다음 전철 역은 노량진 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전철이 멈춰 서고 문이 열렸다.
민철이 사람들에 밀려 플랫폼 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허리를 곧추 세우니 앞에 인아가 걸어간다.
민철도 옷매무새를 다듬고 미행을 시작한다.
#4 주택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길.
인아가 걸어간다.
민철은 조금 떨어져 그 뒤를 따른다.
앞서 가던 인아가 멈춰 서더니 뒤를 힐끔 본다.
민철이 이를 보고 다른 골목길로 몸을 숨긴 채 인아의 동태를 살핀다.
인아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걸음걸이가 점차 빨라진다.
민철도 속도를 높여 따라간다.
인아가 핸드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단축 번호를 꾹 누른다.
걸어가며 입을 막은 채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아가 어느 집 대문으로 들어선다.
민철이 뒤늦게 보고 뛰었지만, 철문이 쾅 하고 닫히더니 눈 앞에서 여자 둘이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 현관문을 닫는다.
민철은 황망히 문 앞에 서서 그녀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서 있다.
#5. 인아 집 앞
현관문 쪽을 보고 서 있던 민철은 돌아 서서 바닥에 털석 주저 앉는다.
두 손으로 얼굴부터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한 숨을 푹 내쉰다.
그 때 민철 앞에 두 개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민철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순경 둘이 서서 경례를 붙인다.
경찰 1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민철 (조심스럽게 일어서며) 무슨 일이시죠?
경찰 2 이 일대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잠시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요?
민철 (조심스럽게 자켓 속 주머니로 손을 넣어보고는 놀란 표정. 주머니를 다 뒤져보는데 지갑이 없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놀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6 전철 안(회상)
인아의 엉덩이를 만지는 추행범을 발견하고 다가가는 민철.
민철의 양 옆으로 지나가는 두 명의 남자.
오른쪽 남성과 몸이 부딪친다.
소매치기1 (얼굴을 찡그리며 민철을 노려본다) 에이 씨
민철 (애써 참으며) 죄송합니다. (다시 인아에게 다가려는데 자켓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빼가는 소매치 기2)
#7 다시 방금 전 인아 집 앞
민철 (계속 주머니를 뒤지는 척 하며 순경을 번갈아 힐끗 본다) 지갑이 어디 있더라.(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경을 밀치고 뛰는 민철. 호각을 부르며 추격하는 순경)
#8 동네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도망가는 민철. 사람들을 피해 장애물을 피해 잘도 뛰어 간다.
민철이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순경 꽤 뒤쳐져 있다.
순경 1 (헐떡거리며) 아, 새끼 졸라 잘 뛰네.
순경 2 (숨이 찬 소리로) 그러게 말이야. 씨팔 새끼 신창원을 보는 것 같네.
#9 공사장 근처
민철이 골목을 돌아서는데 앞에 시커먼 물체가 있다.
가림막을 뚫고 공사장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민철.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르고 나서야 멈췄다.
아프지만 소리도 못 내고 찡그린 얼굴로 기어서 펼쳐진 가림막 속으로 몸을 숨긴다.
잠시 후 공사장 입구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피는 순경 두 사람.
한 명이 한 곳을 가리키자 다시 그 곳으로 뛰어간다.
숨 죽이고 가림막에 숨어 몸을 웅크리고 있던 민철.
순경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밖으로 나와 경사면을 힘겹게 올라간다.
지상으로 올라온 민철이 몸이 진흙 투성이다.
얼굴과 팔 다리 여기 저기에 생채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오염물을 대충 털고 걷기 시작하는 민철.
많이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낸다.
#10 선아 집 근처
진흙과 피범벅인 민철이 걸어가자 행인들이 놀라며 그를 피해 지나간다.
몸 여기저기가 아픈 듯 힘겹게 걸어가는 민철.
민철이 다친 부위를 보려려 오른 팔로 왼팔을 당겨 왼팔뚝 뒤의 상처를 보려는데 들리는 종소리
종소리에 고개를 드는 민철.
편의점 문이 열리며 물건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인아가 걸어 나온다.
민철은 고개만 들어 선아를 지켜 본다.
자신을 누군가 쳐다본다는 느낌에 무심코 옆을 보는 인아. 노 메이크업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선아, 한 손에는 장바구니, 다른 손으로는 쭈쭈바를 물고 민철을 쳐다본다.
피투성이의 민철을 보고 놀라 몸이 굳어버리는 인아. 얼굴이 사색이 됐다.
바닥에 떨어지는 장바구니와 쭈쭈바.
민철 (인아에게 손짓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저기요. 인아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
인아가 뛰기 시작한다.
민철 (따라 달리며) 에이 씨.......(소리치며)저기요! 인아씨! 거기 멈추고 제 말 좀 들어보라고요. 서인아 씨! 예? (다친 몸으로 힘들게 따라가는 민철) 에이 씨, 여자가 왜 이렇게 잘 뛰어!!
#11 대로변
인아가 큰 길로 접어드는데 환한 불빛이 인아의 전신을 비춘다. 놀라서 멈춰 선 채 얼굴을 가린 채 불빛 쪽을 바라보는 인아. 승용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다. 순간 인아의 몸을 잡아 당기는 민철. 인아는 바닥에 쓰러지고 민철을 덥친 승용차. 민철의 몸이 본네트를 지나 트렁크 위로 빠르게 굴러 바닥에 떨어진다.
바닥에 쓰러진 채 놀란 눈으로 쓰러져 있는 민철을 보는 인아. 민철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린다.
운전석에서 놀란 중년 남자가 뛰어 나온다. 주위로 몰려드는 놀란 행인들.
운전자 (쓰러져 있는 민철을 보고 사색이 된 채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이고 이를 어째. 아이고 이를 어째.
(간신히 다가가 민철을 흔들어 본다) 저기요. 저기요. (반응이 없자. 바닥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하
는 버리는 운전자) 아이고 야. 이를 어째.
놀란 채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인아 조심스럽게 일어나 민철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민철과 가까와지자 상체를 숙여 민철 피투성이 얼굴을 잠시 보는데 놀란 듯 양손으로 입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