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리 속을 비우기 위함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생각과 상상이 뇌 안에 넘쳐 나죠.
요즘 한 가지 이야기가 계속 떠올라 덜어내는 마음으로 연작을 시작합니다.
브런치에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싶지만, 그냥 한 번 올려봅니다.
바로 드라마 대본인데요.
독자님은 그냥 지문과 대사를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취재 없이 상상으로만 쓴 글이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2 종합병원 1층 로비.
인아와 여동생 선아, 인아의 부모님이 서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흰 가운을 입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인아의 사촌 누나 민아
민아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작은 아버지. 건강검진받고 가시는 길이세요?
민아에게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인아와 선아. 민아도 그들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인아 부 (반가운 목소리로) 아이고 우리 의사 조카. 어, 그래 네 덕분에 우리 부부가 건강검진 때마다 편의를 많이 본다.
민아 뭐 조카가 대학병원 의산데, 그 정도가 뭐 어때서요.
인아 모 (손사래 치며) 아냐. 그래도 민아 덕분에 우리가 편의 보는 게 많아.
민아 뭐 그렇다면 저야 감사하고요.
인아 부 그래 형님은 건강하시지?
민아 네. 아버지는 건강하세요.
인아 모 아, 건강하시겠죠. 사위와 딸이 의산데 어련히 잘 보살피겠어요.
인아 부 (아내 말에 신경 쓸 딸 생각에 아내에게 그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민아 이제 댁에 가시는 길이세요?
인아 모 응 볼 일 다 봤으니 이제 가봐야지. 그럼 우린 갈 테니 수고하고. 아! 형님과 형수님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민아 네, 살펴 가세요. 참 그리고 작은 아버지.
인아 부 왜 민아야.
민아 저는 인아랑 잠깐 얘기할 게 있는데......
인아 부 무슨 얘기를?
민아 뭐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요.
인아 부 그래, (인아를 보고) 그럼 우리 먼저 갈게 너는 얘기하다 와.
인아 예 아빠. 들어가세요.
여동생과 부모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인아와 민아.
인아 언니, 내게 할 말이 뭔데요?
민아 어~~~ 우리 어디 가서 커피 마시며 얘기 좀 할까?
#13 병원 근처 커피숍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
민아 (빨대로 커피를 휘젓다 인아를 보고) 인아야!
인아 네 언니.
민아 너~~~~~~ 혼자된 지 얼마나 됐지?
인아 (놀란 듯) 네?
민아 아니, 너 이혼한 지 얼마나 됐냐고?
인아 (잠시 생각하며) 어~~~~~~ 이제 3년째인데요.
민아 3년?
인아 네. 근데 언니, 그건 왜 묻는 건데요?
민아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어~~~~~~ 그러면 너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고?
인아 아니요. 없는데요.
민아 없어?
인아 네. (나직이) 아직~~~~~~
민아 아니, 너는 뭐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도 안 들어오니?
인아 아니, 그건 아닌데~~~~~~
민아 그럼?
인아 제가 아직 누굴 만나기가 좀 그래서.
민아 야, 인아야. 누굴 만나기가 그렇긴 뭐가 그래. 아, 그 새낀 너랑 이혼하고 바로 재혼했다면서. 네가 뭐 부족해서 아직까지 혼자냔 말이지. 아, 이 외모에, 이 얼굴에. 가만히 있어도 남자들이 줄을 서겠구먼.(피식 웃는 인아) 그럼 너는 남자 안 만날 거야? 재혼 안 할 거니?
인아 아니, 그건 아닌데~~~~~~
민아 아니 강남이나 신촌에 나가면 말 걸어오는 남자도 없어? 너 정도면 있을 만도 한데.
인아 있긴 있는데요.
민아 있긴 있는데.
인아 그런 사람에게는 왠지 신뢰가 안 가서.
민아 인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헌팅으로 만나도 잘 살고, 클럽에서 만나도 잘 만 살더라.
말없이 인아를 바라보는 민아. 그런 민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인아.
민아 인아야.
인아 네 언니.
민아 다른 건 아니고, 너 혹시, 남자 만나볼 생각 없니?
인아 (놀라서 민아를 쳐다본다) 예?
민아 남자 만나볼 생각 없냐고?
인아 남자요?
민아 응, 남자.
인아 남자, 누구요?
민아 오빠 친군데, 참 괜찮은 사람이야. 어~~~ 오빠의 30년 지기 불알 친구라 할까?
인아 (빨대로 커피를 마시다 커피를 뿜어버린다) 푸읍! (민아가 건네준 티슈로 입 주변을 닦는 인아, 민아를 보고는) 언니!
민아 뭐? 왜? 내가 못할 말 했니?
인아 지성인이 표현 좀 곱게 할 수 없어요? 언 어 순 화?
민아 얘, 인아야 내가 명색이 비뇨기과 전문의인데, 불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뭐 어때서?
인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죠.
민아 (팔을 걷어붙이며) 얘, 인아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수련의부터 지금까지 이 손으로 진찰한 남자의 거시기가 몇이겠니? 너 몰라서 그러는데 전립선 검사를 할 때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진찰한다 너.
인아 (마시던 커피를 다시 뿜는다) 언니! (입을 닦으며 민아를 노려본다)
#14. 같은 장소
민아 그러니까, 내 말은 너도 이제 연애를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냐 이거지~~~~~~너 혹시 아직도 전 남편을 잊지 못하거나 한 건 아니지?
인아 (손사래를 치며) 아뇨, 전혀요.
민아 그럼 만나도 돼겠네. 너만 괜찮다면 내가 자리를 마련하고.
인아 (망설이다) 그래도 아직은 누굴 만나기가
민아 그렇게 망설이다 금방 서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만나는 게 더 힘들어져. 더 늦기 전에 만나 봐. 언제까지 혼자 지낼래? 외롭지 않아?
인아 (민아의 얼굴을 보다 다시 머그 컵을 휘저으며 피식 웃는다)
민아 왜, 싫어?
인아 아니,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라. 언니가 남자를 소개해준다는 게 뜻 밖이기도 하고.
민아 너, 그래도 생각이 아주 없진 않은가 보다.
인아 (민아를 보고 엷게 웃는다) 언니 말이니까.
민아 생각 있어? 만나볼 생각 있냐고?
인아 그래도 소개팅은 좀~~~~~~
민아 소개팅이 부담스러워? 그럼 좀 더 자연스러운 자리를 마련해보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 곧 있으면 민수 초등학교 입학하잖아. 입학 기념 겸 생일 파티를 호텔 레스토랑에서 할 계획이었거든. 너도 그때 와라. 그때 그 오빠도 초대할 테니까. 그 자리에서 네가 보고 판단해 봐. 네가 맘에 들면 나중에 자리를 따로 마련할 테니. 그게 좋겠지?
인아 (좋지도 싫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민아 그래 잘 생각했다. 너도 보면 맘에 들 거야.
인아 조금은 궁금한데요. 언니가 그 정도로 말하는 분이라면 어떤 분인지, 오빠 친구면 의사 시겠네요?
민아 아니, 의사는 아니고, 사업해.
인아 사업이요?
민아 어, 경호 업체 포함해서 몇 개?
인아 석호 오빠랑은?
민아 아까 말했잖아 부ㄹ~~(인아의 시선 의식) 아니 고향 친구라고. 초중고등학교 동창 인아야~~~~~~ 너도 알지. 형부 까칠한 거? 오죽하면 그 실력 가지고 아직도 부교수겠니? 친구들 다 정교수 달았는데, 그나마 내가 오빠 대신 뛰어다녀서 그 정도지 안 그랬음 그 자리라도 얻기 힘들었을걸? 형부 성격이 그래요. 까칠 대마왕. 싫은 꼴 절대 못 보는 원칙주의자.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 학을 떼고 다 떨어져~~~~~~ 그러고 보니 신기하네. 아직까지 친구인 게~~~~~~ 암튼 그때 봐. 보고 판단해. 알았지?
인아 (까르르 웃으며) 네.~~~~~~ 언니랑 형부고 잘 어울리는데. 형부도 알 거예요. 언니가 형부 위해 애쓴 거.
민아 알면 다행이게~~~~~암튼 그날 잊지 말고 나와. 꾸안꾸 알지? 꾸안꾸.
인아 네.
민아 그래, 그만 일어나자.
둘이 일어나려는데 잘 생긴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인아에게 웃으며 가볍게 인사한다.
남자 들어오실 때부터 지켜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 이어서요. 연락처를 물어도 될지~~~~~~안 되면 인스타 아이디라도~~~~~~
살짝 당황하는 인아. 이런 광경을 보는 게 재미있는 민아.
인아 죄송해요. 남자 친구가 DM 오는 거를 너무 싫어해서 지금 비활성화 상태예요.
남자 (당황한 기색) 아, 예. 실례했습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자리로 돌아간다)
민아 (자리로 돌아가는 남자를 보다 다시 인아를 보고) 철벽, 철벽, 철벽. 너 같은 철벽녀는 첨 본다.
인아 (민아을 보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