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간서치 N 전기수 May 31. 2023
# 인아 집(저녁)
민철은 거실에 서 있다. 시계를 본다. 계단에서 인아가 전에 민철이 사준 드레스를 입고 온다.
인아를 보고 넋을 잃은 민철.
인아 (옷 입을 자신을 둘러보고 민철을 본다) 아직은 이런 옷 입는 게 어색해요. 저 어때요? 이상하죠?
민철 아니, 전혀. 정말로 아름다워. 옷이 제짝을 만난 느낌이야.
인아 (민철에 말에 좋아서)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이거 입으려고 오늘 한 끼도 안 먹은 거 알아요?
민철 그랬어? 배고프겠네.
인아 (민철에게 다가가 뒤로 돈다) 지금 가는 거 중요한 모임이에요?
민철 (지퍼를 올려주며) 아, 기업인들 모임이야.
인아 (팔짱을 끼며) 나 또 실수하면 안 되는데.
민철 별일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나랑 사람들과 인사하고 밥만 먹고 오면 돼.
# 호텔 연회장
내부에 정장을 입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있다. 민철과 인아가 그들 사이로 지나가니 남자들이 인아를 쳐다본다. 그들을 보던 한 중년 남자가 다가온다.
남자 이게 누구야. 한 대표!
민철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남자 나야 잘 지내지. 그런데 옆에 계신 아리따우신 숙녀분은 누구?
민철 네, 저와 결혼할 약혼녀입니다.
남자 아, 그래? 언제 결혼하는데?
민철 아직 날짜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자 그래, 그럼 정해지면 알려줘. 내가 꼭 갈 테니까. 한 대표는 복도 많아. 어디서 이런 아리따운 숙녀분을.
민철 네, 고맙습니다.
남자 (인아 보고)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세요.
인아 네, 고맙습니다.
남자가 자리를 떠난다.
인아 오빠의 트로피 와이프가 된 느낌인데, 뭐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민철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지. 난 인아가 그렇게 생각하고 기분 나쁠까 봐 오면서 걱정했는데.
인아 어깨에 힘 좀 들어갔어요?
민철 어? 당연하지. 아까 지나오면서 남자들이 인아만 쳐다보더라. 지금 내 어깨가 십 센티미터는 더 솟은 느낌이야.
인아 치~ 오빠가 좋은 면 전 됐어요.
민철 그런데, 배고프지 않아?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인아 그렇긴 한데, 조금만 먹어도 배가 나오는 타입이라 가급적 조금만 먹고 참고 있어요.
민철 행사 끝나고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인아 약속했어요.
민철 당연하지. 조금만 참아.
인아 네. 제 걱정 안 해도 돼요. 전 괜찮으니까.
민철 엉, 고마워.
둘이 귓속말로 걸어가다가 어떤 외국인과 인아의 어깨가 부딪친다.
외국인 (불어로) 죄송합니다. 부인.
인아 (불어로) 전, 괜찮습니다.
외국인 (불어로) 초면이지만 정말 아름다우신데요.
인아 (불어로)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인 (명함을 꺼내며) 저는 OOO 회사 한국 지사장 브루통이라고 합니다. 어디에서 오셨는지.
인아 (민철을 가리킨다) 아, 저는 이 분의 약혼자로 참석했습니다.
외국은 (잠시 아쉬운 표정, 민철을 보고)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민철 (꿀 먹은 벙어리)
인아 (속삭이며) 어디에서 왔냐고 묻네요.
민철 (명함을 건네며) 아, 저는 피닉스 그룹의 대표 한 민철이라고 합니다. 소방과 방범 장비를 주로 생산합니다.
인아 (민철의 말을 통역해 준다)
외국인 (명함을 한 번 보고 민철을 본다) 아, 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혹시 저희 회사에서 구매 의사가 있다면 견적서를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인아 자기 회사에서 의뢰하면 견적서를 줄 수 있냐고 묻는데요?
민철 아, 그야 물론 당연하죠.
인아 (통역)
외국인 그럼 잘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아 잘 알겠다고 나중에 연락 주겠다는데요.
민철 네, 잘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루통 씨.
인아 통역.
외국인은 인아에게 서양식 인사를 하고 떠난다.
민철 인아는 언제 불어를 배웠어?
인아 아니, 대학 다닐 때, 아빠가 영어 말고 외국어 하나는 마스터하라고 해서 공부했죠.
민철 그래? 대단한데? 인아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네. 그러고 보니 장인어른 말씀이 맞네, 나 여복이 있나 봐.
인아 (민철에게 바싹 붙으며) 정말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민철 당연하지. 장인어른 말이 빈 말이 아니었어. (주위를 보며) 아이 씨, 사람들만 없으면 당장 그 입술에 뽀뽀하고 싶네.
인아 (앙탈) 아이, 오빠는. 나도 남복? 남편 복 있다고 생각하는데.
민철 (말 없이 인아를 본다)
인아. 아니, 나는 남자 복 없나보다 했는데, 남자 복 있었다고요. 오빠를 보니까.
민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호텔 레스토랑
단 둘이 마주 보고 식사하고 있다.
민철 많이 배고팠겠다.
인아 이제 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먹다가 배가 볼록 나와서 집에 갈 것 같은데.
민철 괜찮아. 그런 거 걱정 말고 많이 먹어. 오늘 한 끼도 안 먹었잖아.
인아 그야 그런데, 보기 흉할까 봐 그렇죠.
민철 아니, 그런 거 신경 쓰지 말라니까.
인아 그럼 이거 다 먹고 배 나와도 놀리기 없기예요.
민철 안 놀려. 내가 왜 놀려. 지금 상상만 해도 귀여운 걸. 신경 쓰지 말고 먹기나 해.
인아 알았어요. 그럼 허리띠 풀었다 생각하고 먹을 거예요.
민철 많이 드세요. 맘 푹 놓고.
인아 그렇게 말해 놓고 이따가 놀리기만 해 봐요.
민철 안 놀려 맹세해.
민철은 먹다가 인아가 식사하는 걸 지긋이 바라본다.
# 민철의 차 안
차에 앉자마자 하이힐부터 벗는 인아.
인아 (다리를 주무른다) 아이, 발 아파.
민철 많이 아파?
인아 날씬해 보이려고 너무 높은 굽을 선택 했나 봐요.
민철 이리 와봐 (허리를 숙여 인아의 다리와 종아리를 주무른다) 어때? 좀 시원해?
인아 네. 오빠 손이 약손이구나. 금세 풀리네.
민철 (한참을 주무르고 상체를 일으켜 인아를 본다) 오늘 고생 많았어. 인아에게 너무 고맙고.
인아 고생은요, 이제 부부가 될 사인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죠.
민철 인아가 있어 든든하다.
인아 저도 오빠가 있어 든든한데. 오빠도 알죠?
민철 그래?
인아 그럼요! 내가 한 번도 말 안 했었나?
민철 어, 그런 말 못 들은 거 같은데.
인아 아! 오빠가 있어 든든해요. 너무너무너무. 든든해요.
민철 (말없이 인아를 보다 얼굴에 다가가 키스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