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라는 경전-17-
나탈리 앤지어는 자궁이 구현해야 하는 모순들이 있다고 한다. 자궁은 불안정하면서도 안정해야 한다. 부유하면서 동시에 자선을 베풀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자궁은 모두 잠든 성년기에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궁은 배란과 생리 사이를 구분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몸의 다른 부위들과 의사 소통을 해야 한다. 자궁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샘과 기관과 뇌 구조의 매듭실인 내분비계의 일부이다. 자궁은 생화학적으로 부신, 난손, 시상하부, 뇌하수체와 망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 자궁은 몸의 외부 물질 혐오증을 가진 면에서 세포들에게 축출되지 않을, 별도의 둥근 천장 밑에 실린 특별한 장소이다. 자궁의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제2의 성』서문에도 거론되는 말이지만,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화이트 헤드가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이라 칭송했던 플라톤도 여성에 대한 이해는 편협했었다. 그는 자궁을 가리켜 ‘짐승 안의 짐승’이라고 했고, 자궁이 젊은 여자들의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주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자궁이 성생활에서 오랫동안 방치된다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골반강을 탈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궁이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자궁 후굴’이나 ‘자궁 탈출’쯤으로 진단내릴 수 있는 그 시대의 ‘돌아다니는 자궁’이라는 특이한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실제로 자궁은 여러 근육과 인대에 단단히 고정된 장기이지만, 그 시기는 실용적 방법보다는 오로지 생각에 기인한 학문 방법이 대세를 이룬 터라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그 시대의 의학자들은 여성의 히스테리를 일으켜 남성을 괴롭히는 ‘돌아다니는 자궁’을 다스리는 길은 가능한 빨리 섹스 파트너를 찾아주거나, 임신을 해서 자궁이 묵직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고대 시대에 돌아다니는 자궁에 대한 치료법은 훈증 요법이었다. 향기로운 향기로 좌욕을 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스어 ‘휴스테로스(husteros)]는 ’나중, 아래쪽‘을 의미하지만 그 여성형인 ’휴스테라(hustera)'는 특별히 “여자의 신체의 아랫 부분에” 한정되어 ‘자궁’을 의미한다. 자궁이 몸속을 돌아다녀 각종 부인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던 당시에 ‘히스테리’는 여자들의 다양한 질환을 설명하는 편리한 용어였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우울증이나 병적인 슬픔은 히스테리의 한 형태”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성적 불만족이 자궁성 히스테리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자들이 성욕을 나타내도 비정상으로 보았다 무도병(舞蹈病)은 자궁성 히스테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글자 그대로 ‘춤에 미친 듯한 증상’이다.
18세기까지 처녀와 부인, 과부들의 몸에는 여전히 히스테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18세기부터 자궁이 골반에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히스테리의 발병원인은 이동을 시작했다. 19세기에 히스테리는 자궁에서 뇌로 옮겨졌다. 여성이 일으키는 모든 정신의 병적 행동-우울증, 발작, 밝힘증-은 자궁 때문이었다. 음핵 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은 여자들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대한 치료법으로 권장되었다. 난소절제술(ovariectomy)은 1809년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그후 19세기 내내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점점 더 극단적인 형태의 수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해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여성을 길들이기 위한 난소절제술의 시행은 1946년 무렵까지도 정당하게 받아들여 졌다. 이후로도 불임 시술, 병원 분만, 자궁적출술, 낙태와 대리모 임신 같은 현안은 과거와 현재의 여성의 자궁이 정치적 현안으로 토양이 바뀌었다.
자궁 적출술은 가장 역사 깊은 수술 중 하나로, AD 100년 경에 그리스 의사 아르키게네스가 로마에서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매년 미국에서 적어도 560,000명의 여성들이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을 만큼 대중적인 수술이다. 이 수치는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보다 2~6배 더 높다. 암으로 인해 받기도 하지만, 대개는 양성 섬유종, 원일 모를 출혈, 자궁 내막증, 골반통, 자궁탈출 때문이었다. 폐경을 앞둔 40대 시기에는 이런 증상들이 유독 심하지만, 이 시기의 심한 하혈은 정상이다. 여러분의 자궁벽은 평생 동안 수백 번이나 부풀어졌다 얇아졌다 한다. 이와 함께 섬유종이 생겼다 사라진다. 원인은 잘 모르지만, 음식과도 연관이 있고,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초기에 필자는 자궁적출 반대주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었다. 많은 여성들은 자궁 적출술을 받은 뒤에 몸이 더 나아진 것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더 가볍고 더 자유롭다고 느꼈다. 나탈리 앤지어는 여성이 죄책감이나 위축감 없이 자궁 적출술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섬유종이 주는 통증과 출혈의 불안 속에 살아가는 여성에게 자궁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기니 안고 살아가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우선 자궁경 근종 절제술을 권한다. 당신의 의사가 해보지 않았다면 해본 의사를 찾아가라고 한다. 자궁경을 통해 제거할 수 없는 섬유종이라면 배를 통해 자궁을 열어 섬유종을 잘라내고 다시 봉합하는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절제술 후에도 섬유종은 재발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 치료에는 환자의 선택보다는 의사의 강권이 더 크게 작용한다. 부인과 문제로 상담할 때 의사가 냉소적이라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라. 정말로 제대로 안 상태에서 선택을 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한다. 성생활이 주는 오르가슴을 중요시 하는 여성이라면 자궁을 포기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음핵이 여성의 쾌감에 크게 작용하지만, 마지막 절정을 가져오는 것은 자궁과 경부의 강한 수축에 있기 때문이다. 만사불여 튼튼이라 해도 자궁 적출술이 어떤 나비 효과를 줄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설령 난소는 남겨 놓는다 해도 자궁을 잃은 난소는 프로스타글란딘의 공급원을 잃기에 고혈압이나 심장병의 위험은 상존한다.
라나 톰슨, 백영미 역, 『자궁의 역사; The Wondering Womb』, 아침이슬, 2004
로버트 S 멘델존,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Male practice : How doctor manipulate women』문예출판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