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월경이라는 경전-17-

by 간서치 N 전기수

철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어원학적으로나 자궁은 여성을 규정하지 않는다. 여성은 여성이 되겠다고 굳이 자궁을 갖고 태어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여성으로 남아 있겠다고 자궁을 계속 간직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자궁 숭배의 덫에 빠지고 싶지 않으며, 남성들이 자궁 선망에 시달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나탈리 앤지어, p155


연구자들이 자궁 내막의 생산 능력을 알게 된 것은 겨우 몇 년 전 일이라고 나탈리 앤지어는 말한다. 자궁은 난소와 다른 기관이 보낸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반응하는 한편, 호르몬을 합성해 그것들을 몸에 보낸다. 자궁은 단백질, 당, 지방 등 스트래스먼의 월경 대사 비용 분석에 포함된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다. 자궁은 일련의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든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스타글란딘이 몸의 민무늬근 조직의 수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자궁의 프로스타글란딘 생산은 어느 정도 자치적이라고 한다. 자궁이 생산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에 작용해 자궁을 수축시킨다. 자궁은 프로스타글란딘이 생리 동안에 떨어져 나온 것들을 배출하는 일을 돕도록 하며, 이 수축은 여성의 생리통을 일으킨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출산 시 자궁 경부를 확장시키고 아이를 내보내는 일도 돕는다. 이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뿐만 아니라 자궁과 동일한 민무늬근인 혈관벽에 작용해 고혈압이나 심장병 같은 심혈관 계통을 억제한다.


자궁은 베타엔도르핀과 디노르핀, 그리고 아난다미드를 합성하고 분비한다. 이 두 물질은 모르핀이나 헤로인 같은 물질의 사촌 격이다. 이처럼 자궁은 최소한 신경 조직만큼 많은 아편 물질을 만들어내며, 몸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마리화나 성분을 열 배나 더 만들어낸다. 자궁 내막의 아난다미드 같은 아편성 물질은 배아 표면에 퍼져 있는 수용체들은 착상시 배아와 자궁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의 일부로 보인다.


이 페이지를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연상이 있는데, 그것은 항공모함에 비행기가 안착하는 모습이다. 자궁 항모에 착상한 비행기 배아는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여 배아의 수용체에 카나비노이드 단백질에 갈고리처럼 걸린 채 배아는 자궁 벽 안으로 침입 후 열 달 동안 머무를 태반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우리들은 자궁의 아편 물질 대사에 문외한이다. 따라서 여성의 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아무 색깔 선이나 자르고 보자는 섣부른 행동은 일단 멈춰야 한다. 자궁 적출술 말이다. 필자는 수술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자궁은 주먹만 하다. 무게는 60그램, 길이는 7/6센티미터 정도이다. 자궁은 태아가 발달하는 자궁저라 불리는 자궁 바닥이 있는 자궁체와 질과 연결된 자궁 경부로 나뉜다. 나탈리 앤지어는 자궁을 샌드위치이자 근육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자궁은 세 종류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궁 근육층의 안쪽에는 자궁 내막이 있다. 이들 중 자궁 점막은 고성능 코어텍스 섬유 같이 좋지 않은 것을 내뿜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기능을 한다. 백혈구와 물과 뮤신이라 불리는 점착성 단백질과 조직에서 벗겨진 세포들의 혼합물인 점액을 분비한다. 생리는 점액 분비의 한 부분이다. 생리 주기에 따라 새롭게 갈아 입는 자궁 내막층은 태반이 자라날 안전한 토대가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은 방탕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궁이 정기적으로 정액을 먹지 않으면 광녀가 되어 몸속을 휘젓고 다닌다고 보았다. 물론 지금은 그의 그런 말을 믿을 자가 없겠지만, 자궁은 탄력과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자세와 방광 속 소변의 유무 등의 변수에 따라 그 위치와 모양이 달라진다. 자궁을 지지하는 섬유 조직 다발인 인대 여섯 개로 골반 테두리 속에 느슨하게 들어 있다. 인대는 자궁을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조직 속에 있는 혈관들을 통해 자궁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역시 자궁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임신 기간이다. 임신 전에 60그램에 불과한 자궁은 임신 말기에는 태아와 태반의 무게를 빼더라도 900그램까지 커진다. 이 또한 출산 후 6주 안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말이다. 임신 기간 동안 에스트로겐에 흠뻑 젖은 산모의 자궁은 만화영화 원피스의 고무 인간처럼 성장한다.


그러나 계속 자란다면 태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자궁 근육층은 팽창함과 동시에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 전자는 에스트로겐이 담당하지만 후자는 프로게스테론이 담당한다. 임신을 촉진한다는 뜻의 프로게스테론은 근육 세포의 수축을 억제한다. 따라서 태아가 자라는 열달 동안 이 둘 사이의 역동적인 협업 속에 태아는 무럭무럭 성장한다. 임신 말기에 이르면 ‘브락스톤 힉스 수축’이라 불리는 자궁의 불규칙적인 수축이 더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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