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열이 부족한 남자

월경이라는 경전-15-

by 간서치 N 전기수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질병의 원인을 체액이론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그리스인들은 우주처럼 인체도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하고 있다고 보았다. 갈렌은 이들 요소 하나 하나를 특정한 기질, 곧 체액과 관련지었고, 이것으로 사람의 네 가지 성격-다혈질, 담즙질, 점액질, 우울질-을 설명했다. 체액의 넘치고 모자람이 질병의 원인이기에, 이를 조절하는 일이 치료의 핵심이다.


몸속에 물이 많은 여자들의 성격은 점액질이라고 했다. 그런 여자가 병들면 습하고 냉한 점액질의 성질을 빼앗긴다고 보았다. 여자에게 담즙이 과잉되면 우울질이 된다고 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여성은 “열이 부족한 미완의 남성”이다.

1636년 의사 장-피에르 파브르는 암컷과 수컷의 탄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정액은 하나이며 어느 부분에 있어서나 비슷하고 기질도 같지만 단지 자궁 속으로 들어가서 나뉘게 되는데, 하나는 오른쪽으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들어간다. 정액의 이러한 분할은 형태와 무늬에서뿐만 아니라 성별상에서도 차이의 원인이 되어……한쪽은 수컷이 되고 다른 한쪽은 암컷이 된다. 신체 중에서 가장 뜨겁고 활기 넘치는 부분인 오른쪽 부분은 정액의 힘과 활력과 열을 유지하게 되며, 여기에서 수컷이 나오게 된다. 인간 신체에서 가장 차가운 부분으로, 여러 가지 차가운 특질을 받아들이게 되는 왼쪽 부분은 정액의 활력을 감소시키고 약화시키게 되어 여기에서 암컷이 나오게 되지만, 그러나 이 암컷의 일차적 원천은 본래 수컷이었다.……여성들은 그 차갑고 축축한 기질 때문에 남성들만큼 강하지 못하며, 훨씬 더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하다. 힘, 용기 그리고 행위 등은 능동적인 요소들인 불과 공기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요소들을 남성적이라 부른다. 물과 땅 같은 다른 요소들은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요소들이다.


“여자들은 숨겨진 남성적 요소들을 내부에 갖고 있기 때문에 신비스러운 남자들이다”라고 파브르는 말했지만, 이 말은 오직 그의 생각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물론이고, 그의 조상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오랜 생각이었다. 따라서 여성이 열이 부족한 남성이라면, 반대로 남성은 ‘열에 의해 팽창한 여성’일 뿐이다. 남성들은 여성으로써 이룬 완전성을 레나이아 제전에서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익살스런 행렬 속에서 남자의 발기된 성기, 팔로스(phallos)를 크게 만들어서 이리저리 끌고 다녔는지도 모르겠지만, 남성 속에도 여성성이, 여성 속에도 남성성이 공존해 있다.

또한 불의 성질은 물리적인 특질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특질도 지배한다. 어느 연금술사가 1723년에 쓴 글에서 불이 고유한 의미에서 하나의 물체가 아니라 여성적 물질에 형태를 부여하는 남성적 원리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여성적 물질이란 바로 물이다. 원소적인 물은 차고 축축하고 끈적거리고 불순하고 어두웠으며, 창조 때 여성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수한 불꽃들을 상이한 여러 수컷에 비유할 수 있는 불은 특정 피조물들의 생식에 고유한 많은 염료를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불을 형태(form)라 부르고 물을 물질(material)이라 부를 수 있는데, 이들은 혼돈 속에 함께 융합되어 있었다라고 말하며, 창세기의 모티브를 빌어 생성의 원리를 설명하였다.


라나 톰슨, 백영미 역, 『자궁의 역사; The Wondering Womb』, 아침이슬, 2004

가스통 바슐라르, 김병욱 역, 『불의 정신분석La psychanalyse du feu』, 이학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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