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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1. 2020

오라이 오라이, 당신의 귀중한 돈, 이쪽으로 오라이!

금융기관의 손짓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가는 골로 갈 수 있다

문학소년의 아버님은 거의 평생 경동화물 화물차를 운전하셨다. 당시 인건비는 저렴하고 일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던 시절인지라, 운전수 옆에는 조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항상 따라다녔다.


조수 분들은 트럭에 짐을 옮기고, 밤새 운전하는 차주의 옆을 항상 따라다니며 말동무도 해 주고, 졸음이 밀려오는 운전수를 대신해서 트럭 운전도 대신해주시는 분들이었다. 이분들은 언젠가 자신도 트럭을 하나 사서 거대한 트럭의 주인이 되기만을 오매불망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무수저였던 문학소년의 아버님 역시 마찬가지로 버스회사에서 잘리신 후, 처음에는 경동화물 어느 한 트럭의 조수로 시작하셨다. 조수로 따라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무시를 당했을 것이며, 언젠가는 꼭 자기 명의의 트럭을 사서 운전을 하겠다는 열망이 있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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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년이 7살 정도 되던 해, 아버님은 그 첫 번째 꿈을 이루셨다. 조수에서 운전수 생활 몇 년을 거치신 후, 어마어마한 대출을 끼고 트럭을 장만하셨다. 당시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에 석유곤로를 때던 반지하 집이었고, 당시 8톤 대형트럭의 가격은 웬만한 서울 집값과 맞먹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은 모두 먹고사는 일이 먼저였고, 문학소년의 아버님 역시 먹고살기 위해서 무리한 융자를 끼고 트럭을 장만하셨겠지.



이전 글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버님은 외할머님께 각별한 감정이 있으셨다. 부모 없이 자라오신 아버님은 그 거대한 8톤 트럭의 주인이 된 순간, 트럭을 장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장모님, 이 트럭이 제 트럭이에요, 이제 잘 살 수 있어요, 장모님.' 하고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그 트럭을 하루라도 빨리 장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아버님은, 새 트럭이 길들여지자 마자 장모님이 계시는 충북 옥천 구탄리로 향하셨다.


운전수 옆 조수석에는 엄마가 앉았고, 운전수 뒤에 있는 운전수가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에는 누나와 내가 앉아서 갔다. 구탄리로 향하는 두 분의 마음은 얼마나 좋으셨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거대한 트럭을 몰고 구탄리로 향하는 두 분은 서울에서 성공한 뒤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기분이셨을 것이다. 누나와 나도 그 작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 엄마가 싸온 삶은 달걀과 천연 사이다를 먹으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당시는 지금처럼 길이 잘 포장되어 있지 않은 때였고, 옥천의 구탄리까지 가는 그 길은 매우 비좁은 시골길로, 주로 사람과 경운기가 다니는 비포장도로였다. 아버님의 거대한 트럭은 비좁은 시골길을 힘겹게 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문학소년도 운전하는 아버님 바로 뒤에서 침을 꼴깍 삼킬 정도였으니, 전 재산과 전 인생을 건 막 뽑은 8톤 트럭을 그 좁은 길로 운전하고 들어간 아버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아버님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어머님에게 내려서 트럭 뒤를 봐 달라고 했다. 그 좁은 시골길에서 트럭이 까딱 잘못했다가는 논두렁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아버님은 엄마에게 빨리 내려서 오라이를 해 달라고 했다.


어머님도 다급히 내려서 트럭 뒤로 가셨다. 어린 문학소년은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오라이를 알고 있나? 오라이는 지금처럼 후방카메라가 일반화되기 전에 조수들이 운전자의 시야에서 잘 보이지 않는 트럭 뒤에 서서, 크게 오라이라고 외치면서 뒤로 더와도 된다는 그들만의 신호체계였다. 당시 어린 문학소년은 아버님이 다른 사람의 트럭을 운전할 때부터 가끔 따라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오라이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문학소년도 엄마와 같이 내려서 트럭 뒤에 섰다. 트럭 바로 뒤에는 깊은 논두렁이 있었다. 어머님은 목청이 터져라 외치셨다.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그런데, 논두렁에 다다르기 전에 트럭 뒤를 세게 치거나, '그만'이라고 크게 소리를 쳐서 트럭이 더 이상 후진하지 않게 해 줘야 하는데, 엄마는 그냥 계속 오라이였다. 틀림없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그냥 아버지가 말한 그대로 오라이 오라이를 외치고 있었다. 트럭은 계속 후진하더니 도랑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어린 문학소년은 발을 동동거렸다.


그 순간, 노련한 운전사였던 아버님은 뭔가가 이상한 것을 직감하시고 도랑 바로 직전에서 후진을 멈추셨다. 그리고 엄마의 애타는 오라이에 상관없이, 알아서 앞뒤로 살살 운전을 하셔서 그곳을 잘 빠져나갔다. 엄마는 당신이 오라이를 잘해서 그곳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고 환히 웃으면서 트럭을 타셨다. 어린 문학소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의 오라이를 아빠가 따라갔다가는 트럭이 도랑에 빠져서 큰 일 날 뻔했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엄마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운전을 계속하셨다. 거대한 8톤 트럭은 충북 옥천 심천면 구탄리에 있는 외할머니 집 앞으로 가까스로 도착을 했다. 그곳에는 환한 웃음으로 외할머니가 우리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계셨다.




흙수저인 우리가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그들은 우리의 귀중한 돈을 향해서 이런저런 오라이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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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들은 고객의 재테크 성공을 위해서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돈을 향해 오라이 오라이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럴 리 없다. 모든 금융기관의 영업점 종사자들은 KPI(Key Performance Index)라는 점수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재테크 성공을 위한 상품이 아닌, 금융기관에 수익이 많이 나는 상품을 파는 직원에게는 더 좋은 KPI 점수를 주고, 보너스를 주고 승진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A라는 상품은 회사에 수익이 적게 나지만, 고객에게는 매우 좋은 상품이고, B라는 상품은 반대로 고객에게는 원금손실의 위험이 매우 크지만 회사에 수익이 크게 나는 상품이 있다고 해보자. 대부분의 직원은 당연히 B 상품을 손에 들고, 당시 문학소년의 어머님이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당신에게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오라이 오라이! 고객님의 귀중한 돈 이쪽으로 오라이!




이러한 그들의 오라이! 외침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의 소중한 자금을 덜컥 맡겼다가는 재테크 실패라는 깊은 도랑으로 빠질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 지점 직원들은 고객이 아니라 금융기관에게 큰 이익이 나는 그 상품이 고객에게 좋다는 세뇌 교육을 본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받기 때문에, 순수한 선의일 수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정말로 그 상품이 고객에게 좋다는 생각으로 세일즈를 하는 것일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 흙수저들이 그들의 화려한 말발에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재테크의 세계에서 악의는 선한 탈을 쓰고 우리 흙수저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 흙수저들이 피땀 흘려 어렵게 모은 목돈을 홀랑 가져간 후. 나 몰라라 하거나 시간이 흐른 후 코딱지만 한 이자를 주면서 생색을 내는 선수들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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