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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Sep 02. 2020

청바지 회장님은 저녁식사 후, 신세계 포인트를 적립했다

금수저 부자가 더 지독하게 각종 포인트 모으는 거 아시죠?

문학소년의 친한 지인 중 가장 부자인 A 회장님이 있다. 이분의 주요 핵심자산은 강남의 수많은 빌딩과 그 빌딩들을 관리하는 회사다. 얼추 세어봐도 10개가 넘어 보이는 회장님의 빌딩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자괴감 보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문학소년과는 다른 최고 금수저의 길을 걸어온 그분의 삶이 살짝 부럽기는 한 게 사실이다.


회장님의 취미 중 하나는 퇴근 후, 신세계 본점에서 혼자 쇼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에서 근무를 마친 문학소년을 불러서 가끔 저녁을 먹곤 하는데, 이 분의 식성 또한 일반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만나서 자주 먹은 음식은 명동에 있는 한 유명 우동집의 가장 저렴한 메뉴인 자루우동인데, 2020년 9월 기준 4,500원짜리 단품 자루우동에 면을 추가하고 튀김 두세 개를 같이 먹는 것을 가장 많이 먹었다.


면과 튀김을 추가해도 인당 만원을 넘지 않으니, 처음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문학소년의 경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선택한 메뉴인 줄 알았다. 우리는 결코 어느 한쪽이 신세 지는 관계가 아니었고, 회장님이 우동을 사면 문학소년도 비슷한 가격의 커피를 샀으니까. 어쨌거나 4,500원짜리 자루우동은 회장님과 문학소년이 둘 다 좋아하는 메뉴였다.

마루가메 제면 홈페이지 자루우동 (ざるうどん)

 

어느 날, 오래간만에 회장님은 신세계 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만난 회장님은 까만색 창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늘도 우동 먹으러 갈까?  문학소년이 회장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음.. 형, 오늘은 다른 거 먹으러 가면 안 될까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 저 따라오세요.

아.. 그래? 그럼, 그럴까? 이때 문학소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회장님이 문학소년과 먹었던 4,500원짜리 자루우동은 격이 안 맞았나 보구나.. 오늘은 그러면 회장님이 평소 뭘 드시는지 한번 볼까?


여기 신세계 본점에 곱창전골 잘하는 데 있는데, 오늘은 거기로 가요. 제가 살게요.


회장님이 쏘신다니, 인당 십만 원이 넘는 고급 일식집이나 스테이크 집을 가자고 할 줄 알았던 문학소년은, 그날은 정말로 내 돈으로는 못 사 먹는 비싼 음식을 얻어먹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곱창전골이라...


우동처럼 싼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돈을 내고 못 사 먹는 그런 고급 음식은 아니었다. 비싸 봤자 인당 2만 원을 넘지 않는 음식이니까.

 

강남 빌딩 수십 채를 소유한 회장님으로부터 엄청난 저녁을 얻어먹을 줄 알았던 문학소년의 부풀었던 마음은 푹 꺼져 버렸다.     


내색하지 않고 곱창전골을 먹고 나서 문학소년은 후다닥 계산서를 집었다. 마음속으로는 꼴랑 인당 2만 원짜리 곱창전골을 얻어먹고 회장님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하기도 싫었고, 이 정도 음식은 나도 충분히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




아, 정말요? 제가 사려고 했는데, 잘 먹었습니다. 그러면 커피는 제가 살게요.  회장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학소년의 뒤로 물러섰다.


우동사리 하나 포함해서 4만 5천 원입니다. 혹시 신세계 포인트 있으세요?


호기롭게 카드를 꺼내서 강남 빌딩 재벌 회장님 앞에서 계산하려는 순간, 문학소년은 직원의 신세계 포인트라는 말에서 멈칫했다. 그리고는 5초 정도 마음속으로 고민했다.


신세계 포인트 카드를 꺼내야 하나? 아냐, 너무 없어 보여.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회장님 앞에서 포인트 카드 따위를 꺼내서 적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문학소년은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면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냥 결제해 주세요.




이 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밀리의 서재에서"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를 검색해 주세요.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출간   https://millie.page.link/GCLV2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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