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독광정육 콜렉션팀 (외전)
본 화는 교보문고 주최 공모전에서 수상한 [소설] '독광정육 콜렉션팀' (외전) 입니다. [독광정육 콜렉션팀]은 2025년 1월에 교보문고 웹사이트(www.kyobobook.co.kr) 내 새로운 공간에서 인사 드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문학소년 드림)
약 1년전,
그날은 1지옥의 시왕이자, [독광정육] 소양여행사 대표인 진광 사장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에 감독까지 1인 3역을 하는 “지옥체험 쇼룸 촬영”의 마지막 날이었다.
9개 씬의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10번째 오도전륜씬의 촬영이 남아 있었다. 소양여행사 사장님 겸, 촬영감독인 진광 사장님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 원고를 보면서 스탭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자자, 마지막 [독광정육 - 오도전륜] 들어가자. #10 번 영상은 빠르게 찍고 얼른 퇴근하자고. 어이 거기, 오도전륜을 맡은 우리 김배우님! 아이고, 한복에 있는 검은 수탉 멋지네. 자자. 이쪽으로!!”
쵤영장 구석에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서 있다가, 진광 사장님의 호출을 받고 앞으로 뛰어갔다. 여성이 입은 한복의 저고리에는 검은 수탉 한 마리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자자, 우리 김배우님, 내가 큐사인 주면 두 손을 이렇게 모아서 위로 쭈욱 뻗은 후, 크게 동그랗게 원을 그려봐, 한복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검은 동굴 CG처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진광 감독님, 그런데 CG처리를 하는 오도전륜대왕님의 검은 동굴에서 진짜 뭐가 나오나봐요?”
“나오긴 뭐가 나와, 그냥 영화니까 안에서 검은 망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로 CG처리 할 거니까. 우리 김배우님은 대본대로 그냥 움직여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네, 그럼 저는 진광 감독님만 믿고 갑니다.”
검은 닭이 커다랗게 그려진 한복을 입은 김배우에게 큐사인이 떨어지자 여인은 손을 들어서 둥그렇게 표시를 하면서 말했다. 여인의 앞에는 지옥의 심판을 기다리는 죄인들이 서 있었다.
“나 오도전륜이 명하노니, 나의 영원한 어둠의 동굴속 망자와 괴물들이여. 모두 나와서 저 죄인들에게 영원한 고통을 선사하거라.”
“오케이, 표정 좋고, 동작 좋고, 그렇지그렇지, 양 손으로 원을 커다랗게.”
진광대왕이 카메라를 보면서 소리쳤다.
***
그 순간이었다.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팔뚝에 닭살이 우두두둑 돋기 시작했다.
여인이 손으로 원을 만든 그곳에서 갑자기 검은 웜홀이 생겨났다. 촬영장의 모든 사람들이 CG처리도 없이 생겨난 검은 동굴을 보고 웅성거렸다.
소품감독이 검은 동굴로 천천히 다가가서 동굴 안으로 머리를 집어밀며 말했다.
“여기 안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거지? 으아아악!!!”
동굴 안에서 음침한 소리가 나더니 검은 동굴에서 수많은 검은 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망자들의 손은 소품감독을 잡아서 동굴 안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촬영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 제자리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진광사장은 동굴을 향해서 한걸음에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지금부터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놈은, 나 1지옥 시왕 진광대왕이 그 목을 바로 참할 것이다 !!! ”
아니, 거의 날아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진광 사장의 한 손에서 빛이 나더니 그 빛은 칼과 같은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진광 사장님은 자신의 손에 있는 빛으로 만든 칼을 이용해서 어둠의 동굴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검은 손들을 한번에 모두 잘랐다. 그리고는 동굴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소품감독의 다리를 잡고는 밖으로 끌어당겼다.
검은 손에 의해서 안으로 끌려 들어가던 소품감독이 정신을 잃고 동굴 밖 촬영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즉시, 진광 사장은 어둠의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둠의 동굴 안에서 수많은 빛과 어둠이 교차되면서 촬영장 안은 밤과 낮으로 수시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그그극
끼에에에에에액
크어어어어어억
검은 동굴 안에서 나오는 기괴한 망자들의 소리 속에서 촬영장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들 모두 진광대왕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빛과 같은 검으로 망자들과 대적하고 있는 동굴을 바라봤다.
셀 수 없을만큼 많은 동굴 속의 검은 망자들은 동굴 밖으로 나오려 하였고, 진광 대왕은 그들을 막기위한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르륵
커다란 소리와 엄청한 화염이 동굴 안에서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은 기세로 동굴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웜홀 안에서 거대한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용은 날개가 달리고 입에서 불을 내뿜는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용의 입에서 나오는 지옥과도 같은 거대한 화염이 촬영장을 덮치기 직전, 아직 동굴안에 있던 진광대왕의 칼이 용의 머리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잘린 용의 머리는 촬영장을 뒹굴더니 이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잠시 후, 소양여행사 진광사장은 검붉은 피투성이가 된 채 동굴 밖으로 나왔다. 진광 사장의 얼굴은 검은 용의 화염으로 인해 검게 그을려 있었고, 용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퀸 듯 한 커다란 상처가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동굴은 천천히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잘린 머리를 보면서 진광대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직 망자만이 존재해야 하는 오도전륜의 동굴에, 왜 저 괴물같은 서역의 드래곤 요괴가 있는거지? 이놈들은 2차 신들의 전쟁 당시, 석이 형님이 사체까지 모조리 태워버리고 그 혼까지 멸종시켰는데.....'
진광 사장의 다리에는 검은 망자들의 수많은 잘린 팔들이 달려 있었다. 진광사장은 자신의 다리에 붙은 검은 팔들을 떼어내 바닥에 던지면서 촬영장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촬영장 안의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진광 사장을 바라봤다.
진광 사장은 자신의 얼굴에서 주르륵 떨어지는 붉은 피를 손으로 스윽 닦으면서 스탭들을 향해 말했다.
진광 사장의 얼굴에는 시뻘간 피와 검은 화염, 그리고 흘린 피가 한데 뭉쳐서, 용이 할퀸 자국 사이로 진득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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