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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Oct 15. 2022

다른 세계의 문을 열고 탐험하는 학교 도서관


어린이를 평생독서가, 평생학습자로 자라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학교도서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읽기 방식의 다양화를 도와야 한다. 자신의 색깔로 책을 만나는 학교도서관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 10년 동안 학부모와 지역주민, 교직원, 아이들과 책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공통의 매개체로 인연이 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았고, 그들로부터 나는 뜨거운 미래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나는 오늘도 한 아이라도 학교도서관으로 오게 하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지 모른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단지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아이만 있을 뿐이다. 아이들마다 자신의 색깔로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색깔과 빛깔로 아이들을 그려내고 있다. 정보와 자료를 찾는 것 외에 활용 수업을 하고 진로를 탐색해보며 작가를 만나고 함께 읽는 책모임을 갖는 등 역동적인 활동의 시간을 갖는다. 책모임은 책 속의 또 다른 나와 타인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들을 함께 창조하는 독서문화 공간으로 생성되었다.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듯 학교도서관에도 여러 풍경들이 맞물리며 스친다. 단순해 보이지만 도서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도 아이의 마음 하나, 말 한마디의 생각들을 읽어냈다. 아이의 관심 분야와 책을 찾는 이유, 방법을 통해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넓혀갔다.

한 아이가 엉뚱하게 던진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우연히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어느 날은 고사리손으로 편지를 내민 1학년 아이도 있었다. 어렵고도 고마워하는 마음들이 학교도서관에 스몄다. 학교도서관에는 우리가 꿈꿔온 오래된 미래가 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의 희망을 품었다. 그것이 학교도서관일 것이다.  


좋은 독자, 평생독자를 위한 독서 경험 제공


요즘 아이들의 성향과 그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행동으로 따라가 볼 필요가 있었다. 과거에 머물러 있다 보면 아이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만다. 학교도서관에서의 다양한 시도는 아이의 성장을 도울 중요한 것들을 품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많아야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의 활용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독서 경험은 기초적인 상식과 자질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들은 평생독자로 길러진다. 학교도서관에서 ‘좋은 독자’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좋은 독자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새롭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느 날 학부모님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사서 선생님의 영향으로 책 읽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좋은 대학에 갔다는 말이 덧붙여 있었다. 기뻤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었다. 아이가 평생독자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어디서나 ‘읽는다는 것’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책들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는 것이다. 본연의 독서 경험에 집중하면서 흥미로운 책에 경험의 색을 더하고 입혀 가는 것, 현재에도 미래에도 필요한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다.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사진 한 장을 유심히 봤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학교도서관이 러시아 군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무너진 서가와 책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도서관은 한 나라의 독서문화를 집약한 중요한 공간이기에 그 정신을 파괴할 수는 없다는 절실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공간 공간마다 북적이는 또 하나의 교실인 학교도서관,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혼을 담은 도서관’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도서관의 황금시대, 전성시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문제는 어린이 교육에 학교도서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정보 탐색을 돕고 문화적 역량을 키워줌으로써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학교도서관은 공간 공간마다 아이들이 메타인지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학습 놀이터로 변해야 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정보를 습득하여 새로운 것들을 창출하는 힘을 가질 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예일대 도서관장인 스콧 베닛(Scott Bennett)은 ‘21세기에 도서관이 정보기술을 활용해 도서관의 황금시대, 전성시대를 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보기술이 도서관의 교육적 사명을 진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사서들은 디지털 자원에 대한 학문 공동체의 접근을 강화하고 디지털 자료를 보존하고 민주적인 학습을 위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교수신문 2021. 10. 5. 이용재 부산대 교수 인터뷰 기사 <지금은 도서관 기로의 시대, ‘도서관 마케팅’ 필수>).

학교도서관의 황금시대, 전성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학교도서관은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인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자원을 활용할 능력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맹률은 낮으나 아이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부족한 만큼, 가장 기본적인 학습 도구이자 다른 능력을 작동시키는 핵심 역량으로서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읽기의 범위를 종이책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영상 매체, 지식 정보를 담아내고 공유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등 디지털 환경에 쉽게 접근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책과의 연결, ‘나’를 알아가는 기회의 장


우리는 읽기 방식의 다양화를 위한 ‘복합양식 읽기’에 주목해야 한다. 읽기의 다양화는 결국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읽기 능력’과 함께 문해력을 키우는 것은 읽기의 새로운 발견과 함께 즐거움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독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학생들이 평생독서가, 평생학습자로 자라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준다. 

학교도서관 사서는 정보 전문가로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새로운 기술의 활용법을 가르쳐주고 학교도서관 웹사이트에 언제나 접근할 수 있도록 리터러시의 힘을 키워줄 수 있다.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찾고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탐구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과 메이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 협동 능력 등을 향상시켜주는 특화된 사서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도서관 사서는 어린이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아이의 성향과 성격,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마음의 상담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MBTI로 알아보는 성격유형 등 관련 책과 연결시켜 ‘나’를 알아가는 성장의 기회를 돕는 것이다. ‘책 처방전’은 한 아이의 마음을 책으로 치료함으로써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책 속의 나를 발견하게 한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아이에게 어느 방향으로 책을 읽고 어떻게 책을 활용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사서 선생님이 해야 할 역할이다. 책과 아이의 연결은 결국 대화에서 시작한다. 책에서 연결된 주제는 서로의 공감과 이해의 가능성을 넓힌다.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동화책을 읽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보는 것이다. 어린이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결국 독서 영역의 다양성과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한 경험의 가치들이 모여 아이들이 다른 세계 문을 열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탐험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설렘으로 가득 찬 탐험을.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도서관, 아이들이 행복해질 공간으로서 학교도서관의 미래를 오늘도, 내일도 그려본다.





강상도_도서관 사서

학교도서관 사서. 2001년부터 대학도서관에서 사서를 시작해 현재 경운초등학교 사서로 재직 중이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도서관은 천국’이라고 생각해 매주 도서관으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경남일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도서관 공간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들을 엮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쓴 책으로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삶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의 힘》이 있다.


* 이 글은 월간 <더 라이브러리>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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