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중요한 장소나 공간이 나오면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해둔 흔적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몇 해 전 그날의 기억을 떠올라 보았다. 그만큼 독서경험을 쌓아가는 것은 아이들의 삶이 책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책 속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만나거나 겪어보지 못한 가능성의 길을 그려 본다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길이 되었다.
청명한 가을도 좋았고 흩날리는 봄의 계절은 더 좋은 장소가 문학기행이었던 것 같았다. 통영, 경주, 하동, 남해 등을 돌아다닐 때 단순히 문학기행을 가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의 지친 심신과 책에서 봤던 문장 하나하나의 느낌을 온전히 담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유치환 시인의 시집을 문학관에 읽는 그 울림은 참여한 모두의 아이들에게 문장 하나의 의미에도 마음속으로 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가슴속으로 담아 오기를 바랐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떠난 문학여행은 가는 길 위에 누군가 올려놓은 책의 인연과 닮았다. 책으로 만난 서로의 이야기는 또 다른 여행의 맛일 것이다. 수민이의 어머니는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춘기에 들어선 수민이와 함께 김밥을 싸고 통영에서 만난 유치환의 시집을 접하고 시를 마주했던 딸의 얼굴에서 피어오르는 그런 감정의 눈물이 아직도 생생하게 다가왔음을 이야기해 줄 때 나 또한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고 공감해 주었다. ‘행복’의 시를 읊고 서로 보듬어 가며 애달픈 사랑의 열병을 고스란히 품고 느낄 시간은 우리에게도 힘이 되었다.
시인의 정신을 온전히 배어있는 청마문학관에서 나와 수민, 수민 어머니와 오랫동안 해설사의 이야기에 따라가다 보면 시인의 발자취와 삶이 함께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이제 다시 문학기행을 떠날 때이다.
“문학기행은 책 읽는 마음이 달라지거나 배경지식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린이에게 독서가 가진 새로운 생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내가 문학기행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이들이 책에서 읽었던 배경과 지은이의 삶, 풍경 등의 문장을 오롯이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다.
스며든다는 것은 문장하나하나에 의미를 더하고 아이의 감성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느낄 수 있다는 자체에 우리는 문학기행을 떠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 속에는 햇살과 아직 사람들의 땅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
아이와 함께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교생활, 또래관계와의 고민을 서로 들어주고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학기행은 그 의미에서 아이를 품고 아이와 함께 걷는 문학관에서 그 시간만큼 소중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