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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Apr 10. 2023

추억의 두릅 맛은 온화하다


나의 살던 고향 봉화는 봄이 오면 지천으로 늘린 것이 두릅나무였다. 아버지가 산에서 따온 두릅은 가시가 많았고 진액도 많았다. 봉화에서는 ‘산의 우유’라는 표현으로 봄의 계절에 별미로 먹었다. 산보다 밭 사이사이에 심어놓은 두릅나무가 많아지면서 아버지의 수고는 들었다. 한번 따고 나면 다시 새순이 돋아 두세 번 먹을 수 있으니 은은한 향이 봄의 계절을 알렸다. 지금이야 멀리 떠나 왔지만 4월이 되면 두릅이 먹고 싶을 때가 많았다. 

쌉싸름하지만 향긋한 입맛을 자극하는 봄나물의 으뜸으로 밥상에 늘 있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만 찍어 먹거나 두릅 전, 두릅장아찌가 별미 중 별미의 맛을 풍긴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과 함께 하면 봄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4월이면 두릅생각이 난다. 아니 부모님의 주름살이 더 늘어 농사일이 더 걱정스러운 시기다. 여든의 나이에도 농사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걱정이 더 앞선 날이 봄의 계절이다. 두릅을 택배로 붙여줄 때도 아껴 먹을 때가 많았다. 부모의 고생이 떠올랐고 고생스러움 마음이 죄스럽다. 두릅은 부모의 주름살 같다. 단단해 보여도 여린 모습이 닮아 있었다.



두릅은 날카롭고 가시투성이로 둘러싸여 채취할 때나 만질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나무는 작으나 가시에 찔리거나 박혀 고생한 적도 있었다. 모양과 맛이 비슷한 개두릅은 두릅보다 부드러우나 쌉싸름하여 향이 진하다. 어머니는 개두릅을 좋아했고 아버지는 두릅을 더 좋아했다.

고향에는 집 주변에 두릅과 개두릅을 심는 집이 많았고 새순이 올라올 때 봄이 왔음을 짐작할 정도였다.

오늘 장날에 할머니가 늘어놓은 두릅 한 아름 쌌다. 고추장에 찍어 먹었더니 그 향이 오래 스며들었다. 봄이라는 계절을 풍긴 두릅은 아껴먹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고향의 맛이기도 했고 그리운 부모의 맛이기도 했다. 나에게 두릅은 특유한 맛의 향기에 이끌려 봄의 기운을 살렸고 기억했다. 추억의 두릅 맛은 온화했고 달달했다.         


* 이 글은 4.10일자로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1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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