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월간 도서관이야기와의 인터뷰>
1.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경운초등학교 사서 강상도입니다. 학교도서관의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쓰고 웃고 떠들며 흥미진진하면서도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이의 관심분야와 성향, 꿈 등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넓혀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에 있으며 무한한 공간에서 가슴 벅찬 멋진 일들을 매일 꿈꾸며 아이들과 함께 한 뼘 성장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2. 김해 경운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어떤 프로그램 및 수업을 진행하고 있나요? 대표적인 프로그램과 수업을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고 표현하여 삶에 녹아내릴 수 있도록 하는 한 책 읽기 독서프로그램과 학생 개인별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독서성취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독서꿈자람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교생 대상으로 학기마다 도서관이용교육 수업을 하는데요. 학년 수준에 맞게 스스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과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디지털 매체를 잘 다룰 수 있는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활용법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동아리는 핫시팅, 비경쟁독서토론, 디베이트 등 다양한 토론방식을 적용하여 책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방학 중에는 도서관의 책으로 활용하여 재미난 책놀이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6학년 선배가 들려주는 그림책 읽기 활동이 격주 수요일 아침 독서시간에 1, 2학년 교실로 찾아갑니다. 그림책 한 권으로 언니, 오빠, 동생들이 서로 듣고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는 활동이 책 읽는 환경으로 만들어 갑니다.
3.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또는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의 반응과 호응입니다. 처음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참여하고 보상을 주며 어느새 집중하고 열심히 활동을 합니다. 친구들과의 분위기도 한몫 작용하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사서는 학생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눈빛교환이 필요할 때가 있지요. 밀어주고 당겨주는 마음의 자세가 닿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4.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그램 중 특색 있는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한 결과를 의미 있는 수업으로 만들어 보고자 스마트폰 중독 예방 캠페인을 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고민거리를 약 봉투에 적으면 고민을 상담하고 그에 따른 책을 처방해 주는 ‘책 처방전’을 열었던 것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다가옵니다. 요즘 교우관계, 진로, 학업 등 다양한 고민거리도 많은 초등학생은 생각보다 진지합니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어떤 방향으로, 어떤 책으로 연결되어야 할지 나 또한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고 학생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것도 중요한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처방된 책을 읽고 해결되었다는 말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5. '한 책 읽기' 활동은 다른 학교 도서관에서도 많이 진행하고 있는데, 경운초등학교 도서관만의 차별화된 특징은 무엇인가요?
경운초등학교 도서관의 한 책 읽기는 교과서에서 벗어나 온전히 읽고 표현하는 독서로 성장하는 중요한 책 읽기 과정입니다. 학년별로 한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작가와의 만남으로 마무리까지 1년의 독서 농사를 짓는 중요한 독서활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3월 준비하여 10월에 마무리 짓는 한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책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거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온전히 빠져보는 직접경험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학년별로 작가를 선정하여 만남의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스며질 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우리 학교만의 차별성입니다.
6. '한 책 읽기' 활동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구분)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선정이라 생각됩니다. 학년별 한 책 선정위원 선생님을 정해 함께 책선정 ~ 작가와의 만남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요. 저학년은 쉽게 익히고 술술 책장이 넘어지는 그림책이 좋습니다. 그림책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하며 처음 몇몇 그림책을 선별했고 최종적으로 작가의 섭외도 중요합니다. 그 과정이 끝나면 작가와의 일정을 조율하고 1, 2학년에 맞는 그림책은 어떤 것이 좋을지 이야기를 다시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교과연계와 메시지, 독후활동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나눔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중학년은 그 어느 때보다 책 읽기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문학보다 경제, 역사, 환경분야 도서로 선정하기를 원했는데요. 교과연계와 관련하여 경제의 개념과 관점, 가치가 중요해 2023년도에 연유진 작가의 <오늘 용돈 받는 날>과 <오늘은 용돈 버는 날>로 선정했습니다. 작가는 경제기자로 활동하면서 경제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엮어 더 와닿은 책입니다.
고학년은 책을 선정하기도 어렵고 작가섭외도 쉽지 않습니다. 책을 먼저 선정하고자 하면 작가섭외가 어려워 먼저 작가섭외를 정했습니다. 비경쟁 독서토론회에서 인연이 된 김남중작가에게 연락을 했고 흔쾌히 수락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고학년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은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아이들에게 기대에 차며 친밀하게 와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7. '한 책 읽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6월 ~ 9월까지 책 읽는 과정과 독후활동 때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학급에서는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여 슬로리딩으로 천천히 몰입하여 읽어가는 독서가 좋습니다. 읽기가 힘든 아이에게 함께 읽어가는 낭독의 책 읽기 방법도 있습니다. 그림책의 경우 선생님이 읽어주면 아이들은 집중하면 들을 수 있는 이점도 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책을 읽어보면서 아이와 어떻게 책과 호흡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읽은 후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의 캐릭터로 역할극이나 낭독극을 하는 책놀이도 중요한 독서활동 중의 하나죠.
2023년 중학년의 경우 경제 책을 읽고 용돈 기입장을 만들거나 알뜰 장터, 아나바다를 열어 직접 팔아보는 활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책에서 봤던 것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들은 깊게 스며들었던 시간입니다. 고학년은 비경쟁 독서토론과 핫시팅, 테마틱 보드게임 등의 재미난 독후활동으로 친구의 생각을 경청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8.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하셨는데,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학년별로 책을 선정하고 나면 작가의 섭외가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의 경우 작가 강의료 차이와 거리의 문제, 교통불편 등 여러 요소들의 의해 작가 섭외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한 책 선정위원이 한 분씩 활동하여 책 선정보다 작가를 1~3순위로 정해 작가섭외 과정을 거칩니다. 작가가 정해지면 한 책을 선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절차가 바뀌었지만 때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9. '한 책 읽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효과도 궁금합니다.
‘한 책 읽기’ 작가와의 만남 이후 후폭풍은 학교도서관에서 관련 작가의 책을 찾아 대출하는 학생이 늘었고 삼삼오오 모여 작가가 재밌게 이야기했던 부분을 서로 주고받으며 몰입하는 모습에서 나 또한 흐뭇했습니다. 한 책 읽기 과정은 어려웠으나 그 결과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도 독서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고무적이죠.
10. 초등학교 사서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DHD(주의력 결핍)를 가진 4학년 A군은 반 아이들에게 피하고 싶은 아이였죠. 그 아이를 저학년 때부터 봐왔지만 그렇게 심할 정도로 행동을 할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에 들러 어눌한 말로 “선생님, 3D로 보는 동물과 관련된 책 없나요?” 또 어느 날에는 “선생님, 숨은 그림 찾기 책 찾아 주세요” 등 질문과 방문 횟수가 늘어나더니 그 아이와의 대화시간도 길어졌고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알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한 아이의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 좋았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11. '한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한 책 읽기 수업이나 기타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해 사서교사들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한 책을 읽고 온전히 스며들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사서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는 독서활동이기 때문이죠. 선생님과 학생, 사서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호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독서라는 맛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독서경험의 환경을 만들고 아이들의 한 뼘 자라나는 독서는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집니다. 온전히 한 책 읽기의 마무리는 작가를 만나는 것입니다. 작가가 말하는 책 속의 이야기는 아이들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12.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추가해 주세요.
학교도서관에서는 흥미진진하고도 재밌는 일글이 벌어지죠. 책 속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고민 상담도 하고, 친구와 같이 놀이를 즐기기도 해요. 하지만 이 좋은 것들이 모든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워요. 모든 초등학교에 사서 선생님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학교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서 선생님이 절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