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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골라야 잘 읽을 수 있다

손민규의 <책 고르는 책>을 읽고

by 강상도


활자중독자가 아닌 이상 책 고르는 일은 도전의 연속일 것이다. 책을 고르는 데 실패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거듭 경험했을 때 오는 어떤 책에 가까워지는 독서의 경지에 이르고자 함은 아니다. 나의 상황과 맥락에 마주하고 싶은 직관의 책을 원하는 것뿐이지만, 이 또한 어려워 책의 선택지에 길을 잃고 만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쉬운 길이 마냥 좋은 길이 아니다. 쉬운 길이란 애초에 없다. 잘못된 길을 가는 것도 여러 상황을 마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아무런 힘이 없는데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건 곧, 강인한 힘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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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24에서 15년 경력의 MD 손민규 작가는 『책 고르는 책』에서 책의 열망과 맛깔난 문장들이 독자가 책을 고를 수밖에 없는 그의 책덕후로서의 믿음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잘 골라야 잘 읽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 손 작가는 책을 고르는 과정부터 읽는 법, 책을 즐기는 법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책과 아직 낯설어하는 비독자에게 능동적으로 옮겨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

여러 주제의 책을 풀어주는 그의 센스가 책 읽기에 편했고 그 많은 책 중 읽고 싶은 책에 밑줄을 긋는 맛도 있다. 적절한 책의 주인을 찾아주는 그의 발품 어린 마음이 곳곳의 문장에 묻어있다. 얄팍한 읽기에서 벗어나 읽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천천히 읽는 습관부터, 여러 책 속의 에피소드에서 그의 고수의 향이 느껴진다. 그의 책의 경험을 주시해 보라. 가능한 한 가지만 터득해도 책 읽는 길은 열려있으니까.

여기에 형광펜으로 진하게 긋는다.


“저자가 300쪽짜리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걸린 세월은 일평생이다.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를 걸고 책을 쓴다. 그 세월을 불과 20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니,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거래 아닐까? 빨리 읽어도 좋고 늦게 일어도 좋다. 어차피 저자가 글 쓰는 속도보단 읽는 속도가 빠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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