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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의 자세란

by 강상도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사회 현상에 대한 치열한 보고서다. 특히 4화는 그보다 더 시간이 흐른 뒤, 일상을 이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 에디가 아들의 침대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부모답게 부족함을 채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우리의 가슴을 짓눌리게 한다. 필자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답게 사는 것이 어떤 삶인지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다.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나다움이 부족한 일들이 많다. 최소한 나다움이란 어떤 삶이며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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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려면 각자가 제 이름 값을 해야 한다. 출처=아이클릭아트



‘답게’의 사전적 정의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자격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떳떳한 삶에는 행동의 책임이 수반되어야 ‘답게’가 빛날 것이다. 흔히 ‘인간답게’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옛 어르신한테서 자주 들었다. 요즘에도 옛 어르신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군군 신신 부부 자자)” 논어(論語)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각자가 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가 지켜야 할 자격과 역할이 선행되어야 이름값을 할 것이고, 이름값을 하여야 나라는 믿음의 자격이 된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나다움이다. 잘 산다는 것은,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다움이란 뜻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을 지키는 일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건강한 ‘선’을 지키는 것이다. 나다움이란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진정 나다움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떳떳하게 살아가는 삶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통해 의문을 던지는 일이 필요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요나탄이 동생 스코르판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리더는 리더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최소한의 ‘답게’ 사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참된 내일을 열어준다는 것을 동화책의 주인공 어린 요나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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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 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고 했다. 너다울 때 자기만의 이야기가 문장이고 삶이 되어간다. 나라는 존재가 최소한의 기대와 체념 사이에서 그 맛과 향기가 다르다.


‘답게’에 가장 적당하고 어울리는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우리는 스스로 느끼고 표현할 줄 알아야 나다움의 진정한 표현을 표출하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기본적인 삶을 배워간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답게’ 처신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답지 못 하게’ 사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나라는 근본적인 자세가 우리를 깨어있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간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저마다의 역할에 맞게 ‘답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최소한으로 살아가는 데 배우고 익혀야 할 ‘나다움’으로 가는 사회로 되돌릴 때다.



좀 더 나답게 살아가리

너무 남에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좀 더 자주 돌아보리

너무 인생을 빠르게 써 버리지 말고


박노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 이 글은 국제신문 5.22일자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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