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를 준비하며 읽은 책 중에서 '시공비는 인건비가 50~60%, 자재비가 40~50%이므로 비용절감의 열쇠는 얼마나 인건비를 줄이느냐'이며, 이는 '건축가의 철저한 계획 아래 실현 가능'하다는 구절을 보았다. 실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축가가 설계한 저예산의 깔끔한 집들을 접할 수 있었다. 희망이 생겼다. 이런 건축가를 찾으면 저예산으로 우리가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있겠다는 희망.
내가 읽은 집짓기 관련 책 중에서 건축가가 쓴 책이 많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건축가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능과 디자인을 만족시키는 멋진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추앙하게 되었다. 건축가들이 지은 세련된 집을 볼수록 눈이 높아져 종합건설 시공사 같은 업체에서 지은 집들이 눈에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조건 건축가와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건축가를 잘 만나면 그 건축가와 협업하는 건실한 시공사를 소개받을 수 있고 그러면 물 흐르듯 집이 잘 지어질 거라는 기대에 어떻게 해서든지 건축가를 잘 만나고 싶었다.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려고 한 또 다른 이유는 감리에 있었다. 시공 현장을 매일 들여다보며 현장소장님과 소통할 자신이 없었고, 매의 눈으로 들여다본들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니 한계가 있기에 건축가가 책임 있게 감리하여 제대로 집을 짓는다면 설계비가 전혀 아까울 것 같지 않았다. 자, 이제 건축가를 만나러 가자!
건축가를 찾으러 떠난 길은 땅을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와 맞는 짝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었다. 땅 찾기를 시작했을 때와 똑같이 나는 다시 출발점에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건축가를 찾아 만날 수 있는지 막막했다. 다행스럽게도 친구의 지인인 건축가를 소개받아 건축가 상담 첫 테이프를 끊을 수 있었다. 집 짓기의 각 단계마다 '시작'이 가장 부담스러웠는데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으로 조금은 수월하게 미지의 세계에 진입을 했던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친구가 소개한 건축가와의 상담을 앞두고, 인터넷 기사를 통해 그분의 작업에 대해 조사하고, 건축사무소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그분의 작업은 비싸고 고급스럽게 보였다. 감탄이 나왔지만 과연 소규모 저 예산의 우리 집 건축을 맡아줄지 의문이 들었다. 건축가를 만나러 가는 길, 첫 상담을 무사히 잘할 수 있기를, 우리에게 잘 맞을지 분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긴장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겨우겨우 지만 한 걸음씩 걸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땅을 찾고, 이제는 건축가를 만나러 가는 거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 가본 설계사무소라는 곳은 내 상상 속에 있던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가 아닌 좀 어수선하고 현실감이 넘쳤고, 건축가 분도 편안하게 맞아주셔서 긴장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지인 소개로 상담 약속을 잡긴 했지만 건축가 분은 처음부터 우리 집 설계를 맡을 의향이 없었던 듯했다. 단독주택보다 건물 설계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고, 우리에게 맞을 두 명의 다른 건축가를 소개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높아만 보이던 건축가였는데 편하게 대해주었고 믿을만한 건축가도 소개해 주었으니 말이다.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