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탐색하기

눈과 마음 사이에서

by 김수한무

소개받은 두 건축가의 사무소가 가까워 하루 날을 잡아 만나기로 했다. 주말로 상담 약속을 잡아 남편을 대동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건축가 분이 직원 한 분과 일하고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이제 막 사무소를 오픈한,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건축가 분의 사무소였다. 젊은 건축가 분은 의욕에 차 있었고 열정을 높이 살 만했다. 그러나 외국의 건축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 외에 이렇다 할 주택 설계 경험이 없었고, 외국 건축사 면허는 있었지만 한국 건축사 면허가 없다고 했다. 한국 건축사 면허가 있어야만 설계사무소를 차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경우 허가 등 건축사 면허가 필요한 절차는 사무소에서 별도로 의뢰하는 모양이었다. 상담시간 동안 서툴다는 것이 느껴졌고 주택 설계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또 다른 건축가 분은 주택 설계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고 노련함이 느껴졌다. 상담하는 한 시간 내내 여러 가지 설명을 적극적으로 해주셨다.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머리에 쥐 날 정도로 집중해서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상담 시간이 끝난 후에는 막상 머리에 남은 게 별로 없었다. 우리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설명하는데 더 공을 들이셨는데, 서로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내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결국 이 분도 보류.


세 분의 건축가를 만났고, 한 분으로부터는 거절당했고, 한 분은 경험이 없어 망설여졌고, 한 분은 우리 얘기를 좀 더 들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세 분만 만나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건축가를 전부 만나보고 나서야 내게 딱 맞는 건축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 여길 정도로 징글징글한 나의 완벽주의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내 취향에 맞는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 위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집을 짓기로 하면서 수시로 신문이나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소개하는 단독주택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해 두었는데, 마음에 드는 집 위주로 건축사무소 이름을 하나씩 적어나갔다. 건축사무소의 홈페이지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탐색을 시작했다.


"A건축가는 시공자에게 설계자의 의견을 거듭 확인하여 설계자의 의도를 잘 구현시키는 데 중점을 두면서도 즐겁게 소통하려 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B건축가는 절제된 스타일이고 직선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이라 세련되어 보이는데 외로운 느낌이 든다, C건축가는 주로 상가주택을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설계하며 외관은 칼라풀하지만 실내는 무난하게 디자인한다, D건축가가 작업한 단독주택 공간은 우리가 원하는 공간과 잘 매치되지만 단독주택 설계 경험이 거의 없다..."


하나하나 찾아보며 건축가의 스타일과 철학, 작업 경험 등을 나름대로 파악하다 보니 내가 어떤 건축가와 어떤 스타일의 집을 원하는지 조금씩 드러났다. 가장 비중 있게 본 것은 단독주택 설계 경험이 얼마나 많으냐 였다. 많은 경험을 통해 주택이 갖추어야 할 기능과 조건을 잘 이해하여 초보 건축주인 내가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잘 커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절제되어 있으되 따뜻한 분위기였다. 화려하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소박하며 차분한 스타일이 좋다. 건축가와 설계사무소, 그들의 세련된 작업을 매일 보다 보니 내 눈은 점점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그즈음 TV에서 아버지를 위해 손수 집을 보수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30년 전 아버지가 지은 집을 아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다시 짓고 있는 이야기.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아 더 이상 자신이 지은 집을 손보기 어려워진 상태였다. 아버지가 지은 집을 아들이 이어받아 고쳐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떤 감동이 느껴졌다. 아버지가 30년 전 집을 지었던 사랑과 성실의 손길이 그대로 아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뭉클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초라할 수 있는 외관의 집이었다. 하지만 어찌 감히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까? 사랑의 손길이 깃든 그 집은 든든하게 안전하게 보였고, 아름답고 귀하다 느껴졌다. 눈에 보이는 것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던 내겐 집 짓는 마음가짐을 새로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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