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집짓기3

건축가의 색깔

나에게 맞는 색깔을 찾아서

by 김수한무

네 명의 건축가를 만났지만 우리 집을 설계해 줄 건축가를 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몇 명의 건축가를 더 만나야 느낌이 팍 오는 분을 만날 수 있을까? 불현듯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생각났다. 열 두 명까지 만나보면 어떨까? 그 정도면 충분하겠다! 도무지 어떤 건축가와 만나 집을 지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열 두 명 정도 만나다 보면 감이 잡히겠다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많이 만났어야 했나 부끄럽기만 하다. 초보 건축주로서 내 불안을 그대로 나타내는 증거 같아서.


총 열두 명의 건축가와 전화를 통해서 또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는 건축가 한 명 한 명을 만나보는 과정이 두렵고 떨리고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 떠올려보니 다양한 색깔의 건축가를 만날 수 있었던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모 복지재단 프로젝트에 무보수로 설계 봉사를 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보기도 했는데, 좋은 일에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기꺼이 내는 모습에 흐뭇했다. 건축가분은 자신이 천사 같은 봉사정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프로젝트를 하며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오히려 휴식 같다며 겸손해했다. 복지재단의 프로젝트에서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공간을 만들어 왔던 때문인지 주택 예산이 평당 얼마 이상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못 박지 않았다. 이런저런 모험을 해 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중이었고 다양한 건축적 실험에 열정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나와는 잘 안 통했는지 대화가 자꾸 끊겨 매끄러운 소통이 조금 어려웠다.


내가 만난 건축가들은 대부분 젊었는데 그중 가장 연륜이 높으신 분이 한 분 있었다. 이 분과는 전화 통화로만 상담을 했다. 경험이 많고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자신만의 생각이 확고했다. 남편이 원했던 당구장은 그냥 꿈으로만 간직하라, 최소 시공비는 얼마 이상이어야 후회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바람과 예산에 대해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례한 분은 아니었지만 확고한 어투에 소통이 자꾸 막혔고 권위적으로 느껴졌다. 분명 이런 스타일을 듬직하게 여기고 잘 맞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로서는 함께 일하기 힘들겠다 싶었다.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분으로 1인 사무소를 시작한 초보 건축가도 있었다. 이 분은 건축주가 주체가 되어야 함을 특별히 강조했다. '처음에 정한 우선순위가 있다면 건축가나 시공사에게 휘둘리지 말고 꿋꿋이 밀고 나가라, 건축가나 시공사를 믿고 맡기지 말라, 건축가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최종 책임은 건축주가 져야 한다.' 모두 맞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건축가의 책임 범위를 너무 축소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초보 건축가니까 어딘가 부족하겠지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도 있다. 연륜이 있는 건축가는 자신의 말을 듣고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확고하게 말했다면, 이 젊은 분은 건축주가 주체가 되어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간은 없는 걸까, 불안한 건축주였던 나는 둘 다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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