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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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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Aug 18. 2023

첫 삽을 뜨며

기초공사까지

드디어 첫 삽을 뜨는 날, 착공 일이 왔다. 우리 집 현장과 면한 주변 이웃집 네 곳을 돌며 준비한 쿠키와 커피를 드리면서 공사 기간 끼칠 불편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옆집 할머니께서는 선물을 극구 사양하시면서 집 지어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고맙다 말씀하셨고, 건너편 집 아주머니께서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해 주시며 선물도 좋아해 주셨다. 다들 그렇게 집을 짓고 들어왔다며 이해해 주시는 좋은 이웃 분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거처를 찾아 헤맨 끝에 집 짓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내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집 짓기에 대한 소망을 가진 지 4년 만이었다. 집을 짓기에 지혜도 능력도 용기도 모든 것이 한없이 부족한 우리가 한걸음 한걸음 걸어 여기까지 왔다. 착공하는 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순조로운 공사를 위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웃에게 피해 없기를,

모든 일하시는 분들 사고로부터 지켜주시고 우리 집 공사를 통해 실력을 쌓고 자부심을 가지며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기를,

시공사 대표님이 능력과 지혜로 내 가족이 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임하기를,

현장 소장님이 능력과 지혜로 모든 일하시는 분과 협력하여 일할 수 있기를,

설계와 감리를 맡은 건축사무소 소장님과 직원 분들이 능력과 지혜로 시공사와 의사소통을 잘하여 아름답고 튼튼한 집 만들어 가기를,

건축주, 건축사무소, 시공사가 한 팀이 되어서 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집을 만들어 가기를,

좋은 날씨 허락하시어 예정된 기간에 공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기를,

집에 관련한 모든 관공서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기를,

모든 공정 하나하나에 사랑이 담기기를, 

집짓기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사랑 안에서 가족이 하나로 더욱 똘똘 뭉치는 시간 되기를,

이 터를 축복하셔서 이웃에게 사랑이 흘러가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집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착공 일에 이루어진 공사는 터파기, 토사반출, 잡석다짐, 버림 콘크리트 타설 등이었다. 건물이 놓일 부분만큼 터를 파고, 그 터에 자갈을 넣어 다지고 버림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기초 밑 공사이다. 용인시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착공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시공사의 착오로 도로점용 허가를 미리 받지 못해 착공이 예정보다 좀 늦어졌다. 지자체별로 건축법규가 조금씩 달라 건물이 세워진 후 주차장을 만들 때 도로점용허가를 내는 곳도 있어 시공사에서 미리 허가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전국구 공사하는 시공사에 의뢰하니 용인시의 건축법을 몰라서 착오가 생겼다. 우리 시공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사를 하는데, 공정 별로 합이 잘 맞는 팀들이 있어 일정에 맞게 팀을 투입시켜 시공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 전기등의 설비는 근처 용역을 의뢰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출동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버림 콘크리트 타설 후 기초 단열공사, 배수관 공사가 진행되던 중 현장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 토지까지 상수도관이 안 닿아 있어 수도본부에서 현장에 왔다가 그냥 철수했다고 한다. 우리 토지를 분양한 LH에 전화해 담당자와 겨우 통화가 되어 문의하니, 상수도관이 토지까지 안 닿아있는 일은 정말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인데 하필 우리 토지가 그에 해당이 되었던 거였다. 조금 속상해지려고 했지만 결국 잘 해결되었다.


현장 소장님이 현장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셔서 공사 진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수관 공사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배관의 위치를 보니 1층 화장실이 예전 도면대로 되어 있었다. 현장 소장님이 최종 도면이 아닌 예전 도면을 가지고 시공하고 계셨던 것이다. 현장소장님과 소통하여 배관위치를 수정하였지만, 처음으로 현장소장님께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최종 수정사항을 반영한 도면에 대해 충분한 숙지가 안 된 것 같아서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는데, 기초가 든든히 놓인 것을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되고 감사했다. 현장 소장님과 현장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무엇보다 현장소장님의 적극적으로 소통하시려는 모습이 좋았다. 외부수전은 2개로 제안해 주시길래 그렇게 했다. 외부수전이 두 개나 필요할까 싶었지만, 살다 보니 하나는 호스를 연결해 놓고 쓰고 하나는 수전 그대로 쓰니 편리하다. 


골조공사 착수 전까지 건축주인 내가 한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산재보험 신청. 근로복지공단에서 우리 땅 관할지사가 수원지사인 것을 확인 후 전화로 신청, 서류를 팩스로 보내라고 해서 주민센터 무료 팩스 서비스로 발송했다. 산재보험 신청 필요서류 중 건축개요서는 건축사무소에서 받았다. 용인시는 착공신고 시 도로점유권 허가신청을 해야 했는데 시공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신고해 주었다. 경계측량은 지적공사에 신청, 입금하니 일주일쯤 후로 경계측량일을 잡아주었다. 경계측량일에 시공사와 현장에서 만나 시공계약서에 서명하고 계약금을 입금하였다. 착공일 터파기할 때 시공사에 기초공사 착수금을 입금하였다. 우리 토지가 경사져있어 옹벽공사가 필요해 설계사무소와 어떤 옹벽으로 할지 논의 후 콘크리트 옹벽으로 결정하고 공사대금을 입금하였다. 급수공사를 위해 용인시 상수도 사업부에 메일로 신청한 후 우체국에 직접 납부했다. 주된 건축주 업무는 입금이었네.


3주 만에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고 공사 과정을 일기로 쓰면서 감격이 되었다. 집짓기 준비하면서 터파기며, 버림 콘크리트며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른 채 다른 건축주들이 쓴 글을 보기만 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런 글을 쓰고 있다니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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