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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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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Aug 04. 2023

시공사와 계약한 날

경계측량과 임시전기인입

시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설계 도면을 보면 볼수록 의문 사항과 수정 사항이 꾸준히 생겼다. 70점에 만족하기로 해놓고 자꾸 120점을 추구하다 보니 도면이 최종 버전이 될 때까지 완전한 만족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도면을 보고 또 보며 조정해 나간 덕분에 시공하면서 수정 사항이 거의 생기지 않았고 추가된 금액도 거의 없었다.


시공사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날은 경계측량 날이었다. 집을 짓기 전에 우리 땅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경계를 짓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국토정보공사에 경계측량을 신청했다. 경계 측량일에 시공사 대표님과 현장에서 만나 시공 계약을 했다. 대표님과는 처음 만난 이후 견적 조정하느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았고 한 달여 만에 다시 대면했다.


대표님이 가져오신 계약서에는 착공 일자 9월 초, 준공 일자 1월 말로 5개월간의 공사 기간이 명시되어 있었고, 여러 번 수정한 끝에 나온 최종 집행 금액이 쓰여있었다. 공사 대금은 계약 시 5%를 지급하고 기초 착공 시 10%, 1층 골조 공사 착수 시 30%, 골조 공사 완료 후 30%, 내장 석고보드 완료 후 20%, 사용 승인 후 5%로 나눠서 지불한다. 계약과 동시에 기초 착공이 이루어지고, 기초 착공 일주일 후 골조 공사를 착수하여 3주 정도 골조가 세워진다고 한다. 즉 계약일로부터 일주일 내로 공사대금의 절반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골조 공사 완료 후 내장 석고보드 완료까지는 한 달 정도가 걸리고 사용 승인까지는 한 달 반 정도가 걸려 실제로는 연말까지 4개월간 공사가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는 공사 중간중간 몇 주 정도 쉴 수밖에 없는 기간이 있어서 2월 중순에 입주했으니 5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


하자 보수 이행 기간은 보통 2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대표님은 준공 후 50개월까지, 4년 정도 하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했다. 넉넉한 하자 보수 기간을 설정한 것은 건축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실제로 6년째 살면서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고 보수해주기는 했지만 보수를 요청하고 완료하기까지 대응이 너무 느려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 신속하고 정확한 하자보수로 유명한 시공사가 높은 시공비용에도 불구하고 왜 인기가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입주 후 5년이 넘어가면서는 집에 보수할 부분이 생겨도 조금 느긋하게 되었지만 초기에는 작은 하자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추가 비용 발생 시 건축주에게 미리 확인을 받은 후 공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쓰여있어 나도 모르는 추가금액을 청구받아 당황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 외 계약서에는 각종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건축주의 책임 사유 때문에 공사 기간이 약속한 시간보다 길어질 경우 경비는 건축주가 부담하여야 하고, 건축공사로 인한 민원은 현장소장 책임이며, 견적 내역에 누락된 부분의 시공은 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쓰여있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데 대표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보니 나와 동갑이다. 첫인상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많게 느껴졌는데, 외모 때문이라기보다 한 업체의 대표이고 전문가다운 경험과 성숙함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집 공사를 실질적으로 책임질 현장소장님도 이 날 처음 대면하였다.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에 친절한 이미지를 가진 분이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보다 젊으시고 경륜이 깊으신 분 같지는 않아 일의 숙련도가 떨어질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소통은 잘 되어 다행이었다.


시공사와 계약을 하는 동안 국토정보공사에서 기사 세 분이 오셔서 우리 땅 경계를 측량했고, 공사에 쓰일 임시전기 인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전기 공사하시는 분들도 오셨다. 그동안 조용했던 땅이 북적북적 뭔가를 시작하는 현장으로 변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온 남편과 현장을 지켜보며, 설레기도 했지만 얼떨떨함이 컸다. 정말로 네다섯 달 후면 잡초만 무성한 이 땅에 우리 집이 지어지는 건가. 감격스럽기보다는 아직 실감도 나지 않고 걱정도 되어 여러 가지 감정으로 얼떨떨했다는 것이 그때의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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