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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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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Jul 21. 2023

시공 견적 줄이는 방법

시공사에서 준 견적이 우리의 예산을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에 기존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차고 공간을 통째로 없애기로 했다. 앞마당에 설계했던 차고는 집 앞쪽에 있어서 시선차단을 해주고 눈비 맞지 않는 주차 공간이었다. 몇 천만 원을 한 번에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없앴다. 살다 보니 무엇보다 아쉬운 공간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견적이 너무 크게 초과했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도 없이 그 공간을 포기했다. 두 번째로 집의 외벽재료를 바꿨다. 원래 1층은 벽돌을 쌓고 재료 분리대를 두른 뒤 2층은 스터코로 뿜칠 하는 계획이었는데 1, 2층 모두 스터코로 마감을 하기로 했다. 벽돌은 하나하나 사람이 쌓아야 하는 것이기에 인건비가 많이 든다. 벽돌을 포기하자 이것 또한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을 손보니 견적이 많이 낮아져 수용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


시공사가 추천한 예산 절감 방법으로는 기존의 철재 계단을 목재 계단으로, 제작 도어를 기성 도어로, 창호를 독일식 시스템창호에서 미국식 창호로 바꾸기, 창호 크기와 개수 줄이기, 구조목을 J grade에서 2등급으로 낮추기, 단열재 에너지 세이버 등급 낮추기, 데크재 사양 낮추기 등이었다. 시공사의 판단과는 달리 내부 골조나 단열재, 창호 등 집을 튼튼하고 따뜻하게 하는 부분의 투자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철재 계단이나 제작 도어 등을 목재 계단이나 기성 도어로 바꿀 경우 디자인이 좀 뭉툭해지는 것 같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선이 살아있어 딱 떨어지는 인테리어가 나의 우선순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건축가와 함께 작은 집짓기>라는 일본 번역책에서 다양한 비용 절감 팁을 소개하고 있는데, 건축비에서는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손을 줄이는 것이 비용 절감의 가장 큰 열쇠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지붕과 외벽을 같은 재료로 하면 공정이 줄어 인건비가 줄어들 수 있고, 가구 공사를 완전히 생략하고 기성가구로 대체한다거나, 가족이 같이 도장공사를 하는 식으로 건축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한다. 또한 단순한 내외부 구조는 자재가 덜 들어 원가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박스 형태나 박스형태를 다양하게 조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삐뚤빼뚤한 선이 많을 경우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외벽과 내벽을 최소화하고 커튼 등으로 공간을 분할한다거나, 일단 넓은 공간을 만들어두고 추후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라 필요에 따라 나누는 등 벽 개수를 줄이는 것도 비용 절감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우리 집을 설계한 건축가의 말로는 견적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평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견적을 내는 기준이 평당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평수를 줄이면 당연히 바닥, 벽, 지붕, 설비 등 모든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주택 규모 85㎡(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의 경우 100㎡이하) 약 25.7평으로 지으면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세제 혜택도 있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은 전체적인 사양을 조금씩 낮추는 방법도 작은 것들이 모이면 꽤 큰 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고, 우리 집처럼 어느 큰 부분을 모두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비용절감 시 자신의 최우선순위는 꼭 유지하기를 바란다. 벽돌집을 꿈꾼 사람들은 벽돌을 꼭 쌓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 집은 비용절감을 위해 차고를 삭제하는 등 외부 공사 대부분을 제외했다. 차고나 외부 창고, 썬룸, 울타리, 조경 등의 공사를 살면서 하나하나 추가했다. 집을 짓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비용부족 때문에 외부 시설을 빼고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살이를 해 본 경험이 없을 경우 외부에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요한 부분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공사하는 재미도 있을 수 있고, 비용도 한꺼번에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집을 지을 때 한꺼번에 공사하는 것보다 비용도 더 드는 데다가 증축허가 등 공적인 절차를 또다시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것. 나로서는 살면서 하나하나 알아보고 공사하는 것이 너무 번거로웠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외부 공사까지 한 번에 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집을 지을 시기를 미룰망정 예산을 좀 더 확보하여 처음 집을 지을 때 외부공사까지 모두 마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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