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집에 미취학 아동이 있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 일찍 시작해버려 힘든 나날이다.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외출을 삼갔으니 두 달 가까이 집콕 중이다.
아이는 설 연휴 이후 어린이집 졸업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결석했다. 나 역시 꼭 참석해야 할 업무 미팅을 제외하고는 업무적인 외출은 아예 안 했고, 친구도 안 만났다. 카페인이 필요할 땐 드라이브 스루나 테이크아웃만 했다.
우리 부부는 남편 업무 사이클에 맞춰 남편이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육아를 담당하고, 나는 봄부터 초가을까지 담당하는데 남편은 요즘이 한창 바쁠 때라 육아를 함께 할 수 없다. 하필 내가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있는데, 남편과는 한 달 가까이 떨어져 있으니 일상적인 돌봄도 함께 할 수 없다.
아이와 이렇게 하루 종일 함께할 때가 또 언제 오려나 싶어서 이왕이면 재밌게 잘 지내고 싶었는데, 반강제적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은 여섯 살 아들과 맨날 싸우고 화해하기 연속이었고, 이윽고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놀이터도 못 가고 산책도 못 가는 와중에 평화가 올리 없었다.
평소 어린이집 가는 시간에 나는 일도 하고, 책도 읽고, 내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는데 24시간 아이랑 함께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이라고는 1분도 없고, 아이는 엄마랑 하루 종일 함께 하니 기분 좋아서인지 아기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장실도 못 가게 하고, 옷 갈아입으러 방에 가는 것조차 못하게 하며 울었다(눈물은 나오지 않는 게 함정).
이러다 곧 폭발하겠다 싶어 어제는 '아이와 거리두기'를 실천해봤다. 거리두기라고 해봤자 두 시간 남짓 외출하는 게 전부다. 아이가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갔다.
자전거가 낡아서 페달 밟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탁 트인 강을 보니 살 거 같았다. 30분 정도 자전거 타고 한강에 가서 사람 없는 곳에 앉아 단편소설 하나를 읽고 왔다.
책에 수록된 열 편 중 단편 하나만 읽었으니 15분 정도 걸렸으려나.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 거 없는 짧은 시간이지만 속이 이렇게 뻥 뚫릴 수가.
재택 프리랜서라 평소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하다 보니 아이가 끊임없이 방에 와서 방해한다. 가끔 중요한 업무 전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끊으라고 소리 지를 때면 아찔하다. 그럴 때마다 전화 끊고 나서 화내게 되고, 아이는 '엄마 도대체 언제까지 일할 거예요'라며 울먹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아이한테 미안한 한편, 두 달째 옆에 앉혀두고 일하려니 너무 힘들다. 그나마 코로나로 일이 많이 줄어서 다행인 건가 싶을 정도다(이런 아이러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한편, 하루 1시간이라도 '아이와 거리두기'를 해야겠다.
어제 아침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는데, 저녁에 알림이 왔다. 정세균 총리가 대국민 담화에서 "앞으로 15일간 최대한 집에 머물러달라"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일어나기 전 하루 삼십 분이라도 한강 산책을 해야지 싶었는데, 알림을 받고 나니 그런 것도 지양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꼭 산책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거리를 두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개인 시간을 가져야겠다. 부모님 집 근처 도서관에 '북 테이크아웃'이 시행된다 해서 책 세 권을 예약해뒀다. 도서관 로비에서 정해진 시간에 마스크 쓰고 방문해 책만 바로 받아오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딱 도보 1분 거리니 마스크 쓰고 다녀올 예정이다. 세 권이면 그럭저럭 열흘은 지낼 수 있을 거 같다.
일상 없이 두 달을 보내다 보니 너무나 공허하다. 4월 5일까지 권고하는 내용을 최대한 잘 따르되 '최소한의 일상'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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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프리랜서 맘은 프리하지 않아> 발행 이후 쓴 글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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