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토, 『지위 게임』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란 이름이다. 그 이름은 나의 지위를 조금이라도 높여주는데 기여하게 될 잠재적 가능성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아이폰 뒷면에 붙은 카메라의 개수가, 귀에 꽂힌 에어팟의 길이가 당신의 지위를 조금씩 드러내 준다.
고로 브랜딩은 곧 지위 게임이다.
책 '지위 게임'은 우리의 인생이, 인류의 역사가 곧 끝나지 않는 지위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범죄자 벤 건의 사례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오랜 기간 수감되어 있다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나의 퇴사 상황이 대입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책을 읽는 과정 전반에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상당히 경직된 곳에서 또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지위 게임의 시작이었다. 식사 시간에는 아빠 진지 잡수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아버지를 밥상으로 모셔와서 다 같이 기도를 한 후 어른이 먼저 밥을 떠야 비로소 유치원생인 내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유의 도대체 왜 했는지도 모를 지위 게임이 돌아보니 내 인생 전체를 좌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누구보다도 지위 게임에 미쳐 있었던 시절도 생각났다. 중학생 때는 게임 고수들과 겨루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룰도 바뀌면서 지금의 내가, 지금의 사회가 된 것이다.
이 책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살인 사건들이나 현재 진행형으로 시청 중인 나는 솔로 16기도 지위 게임의 산물이나 다름없었다. 더 큰 틀의 관점으로 게임을 바라보니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관점을 정립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고 앞으로 지속될 지위 게임에서는 더더욱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기왕 참여하게 된 지위 게임, 한번뿐인 인생 게임을 더 적극적으로 따듯하고 즐겁게 참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