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로 살아보니 을이 좋아졌습니다

난 역시 을이 체질이다

by 황규석
2024.10 이화여대

지금도 을이고 앞으로도 을일 것이다.

지금도 을로 살고 앞으로도 을로 살아갈 것이다.

다들 잘난 맛에 살고 있다.

또 모든 사람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이 되기는 참 힘들다.

갑은 이미 갖춰진 사람이고 또 어떻게 갑의 지위를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실은 갑은 이미 갑의 부모로부터 즉 원조 갑으로부터

교육을 받아왔기에 어떻게 갑으로

살아가는지 어떻게 을을 주무르고 다루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 같은 을의 하소연과 핑계는

정말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을로 살아보니 지금 다니는 20년 차

박봉의 직장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을의 삶에 익숙해져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을로 살아보니 좋은 점은 커다란 신분상승의

욕구가 사라져(거세되어) 지금의 상태에

그냥 체념하듯 만성이 되어버렸다.


을이지만 을에서도 연차가 있으니 갑같은 느낌이 들거나 그런 위치에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착각도 하게 되지만 이제 을로 만족하고자 한다.

그냥 밥은 먹고살고 월급도 제때에 나오니까...

덜 스트레스받으니 좋다. 여러 일에 신경 쓰지 않으니 괜찮다.

을로 살아보니 문득 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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