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역시 을이 체질이다
지금도 을이고 앞으로도 을일 것이다.
지금도 을로 살고 앞으로도 을로 살아갈 것이다.
다들 잘난 맛에 살고 있다.
또 모든 사람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이 되기는 참 힘들다.
갑은 이미 갖춰진 사람이고 또 어떻게 갑의 지위를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실은 갑은 이미 갑의 부모로부터 즉 원조 갑으로부터
교육을 받아왔기에 어떻게 갑으로
살아가는지 어떻게 을을 주무르고 다루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 같은 을의 하소연과 핑계는
정말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을로 살아보니 지금 다니는 20년 차
박봉의 직장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을의 삶에 익숙해져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을로 살아보니 좋은 점은 커다란 신분상승의
욕구가 사라져(거세되어) 지금의 상태에
그냥 체념하듯 만성이 되어버렸다.
을이지만 을에서도 연차가 있으니 갑같은 느낌이 들거나 그런 위치에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착각도 하게 되지만 이제 을로 만족하고자 한다.
그냥 밥은 먹고살고 월급도 제때에 나오니까...
덜 스트레스받으니 좋다. 여러 일에 신경 쓰지 않으니 괜찮다.
을로 살아보니 문득 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