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나에게 주는 선물

by 황규석
2025.03 대전

일요일 저녁 1박 2일의 짧은 고향 대전 방문을 마치고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허겁지겁 달려와 탄 시내버스. 이제 다시 고향을 떠나 객지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앞자리에 앉은 승객의 모자에 작은 고깔이 써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이쁘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 뒷모습을 몰래(?)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25년 정확히는 23년이 되었네요. 하진 고향에서 살은 날이 더 많지만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역전이 될 것입니다. 지금 터전을 잡은 곳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까요.


여하튼 홀로 계신 어머님을 뵙고 고향을 떠나는 저녁 시간 뭔가 아쉽고 허전한데 앞에 있는 버스 승객의 모자에 덩그러니 놓은 고깔을 보니 많은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뭔가 축하를 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스스로 뭔가 기념하고 축하하는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데 그 모습이 전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저런 자신감이 부럽기도 하고 당당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사실 그렇지 못한 성격이거든요. 소심한 성격 B형. 전 엠비티아이 이런 것도 아직 안 해봤고 할 줄도 모릅니다.


하여간 지금까지 돌아보면 저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별로 자랑할 만한 것도 없었거든요. 물론 최근 몇 년간 책을 쓰고 만들고 그것 이외에는... 그래도 나도 그냥 지금까지 잘 버티고 견뎌온 나를 스스로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살아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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