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때는 시간을 거슬러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 항쟁의 시기이다.
광주도청에 집결한 시민군. 그중에는 고등학생 아이들도 있었다.
계엄군의 총공세가 있기 전날 봉쇄된 그곳 전남도청에 남아
마지막을 함께 한 우리 고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
<등장인물>
용식: 고등학교 3학년 생,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 아버지가 계엄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순영: 용식의 가까운 여자친구, 용식을 따라 도청에 들어와 계엄군에 맞선다.
칠규: 용식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는 가지 않고 농사일을 돕고 있다.
팔남: 용식이 칠규와 친한 친구로 8형제의 막내 둘째 형이 실종상태다.
1막. 전남도청 어느 사무실 복도
각종 기물로 바리케이드가 처진 전남도청 건물 안이다. 유리창이 깨지고 부서지고 어지럽혀진 건물 복도는 흡사 전쟁터 같다. 주변에 헬기소리가 가까이 들렸다가 멀어진다. 간혹 총소리가 콩 볶는 듯 들리기도 하고 “투항하라”는 마이크 소리도 들린다. 교련복을 입은 남학생 둘이 보인다.
칠규: (두리번거리며) “팔남아 너 순영이 못 봤냐 잉 야가 어디갔댜? 순영아! 순영아!”
팔남: (신문을 한 뭉치 나르다가) “순영이는 왜? 순영이, 갸는
아까까지만 해도 저기 민원실에서 주먹밥 만들고 있더구먼.... ”
칠규: “그래, 아니 대장님이 그러더라고 여학생은 집에 돌아가라고”
팔남: “그래? 그건 용식이한테 먼저 이야기해야지...”
칠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며) “그나저나 저 공수부대 놈들은 왜 저런댜?
우리가 빨갱인 줄 아나 봐”
팔남: "썩을 넘들, 어떻게 우리한테 저렇게 총부릴 겨눌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칠규: “야, 그나저나 배고픈데 아직 밥시간이 안돼불었냐?
팔남: “그러게 말여... 나도 지금 억수로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냐?
2막. 도청 창고 앞
건물 뒤편 외벽 유리창이 깨진 창고 앞 칼빈 총을 든 용식이가 다가오고 뒤따라 순영이가 들어온다.
용식: “순영아, 너 이제 집으로 가라 여긴 너무 위험하다”
순영: “싫어, 나 안가, 너랑 같이 여기 있을 거야”
용식; “너 미쳤어? 지금 총소리 안 들려? 너 죽고 싶어 환장했냐?
대장님도 여학생은 들어가라고 했어. 그게 살 길이야!”
순영: “그럼 넌 왜 여기 있어? 너야말로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용식: “누가 죽는다고 했어? 우린 안 죽어, 버티면 이긴다니까. 이제 계엄군도 돌아갈 거야”
순영: “아니, 저 놈들이 퍽이나 그렇게 하겠다. 전부 죽이려고 저렇게 대치하는데!”
용식: “이게 곧 끝날 거야. 저놈들도 이제 우리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알 거야. 어떤 놈들이 나쁜 소문을 퍼트렸겠지..... 그러니 너라도
집으로 돌아가라고 어서, 여긴 너무 위험해 네가 있을 곳이 못돼.”
순영: “절대로 아냐, 공수부대 군인들이 우리 광주사람들을 빨갱이로 취급하고 총, 칼로
무자비하게 죽이는데 내가 가만있으라고? 난 절대 그렇게 못해
어떤 아저씨가 봤대 임산부를 대검으로 찔러 죽이고 유방을 칼로
도려냈다고!
용식: “너희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여긴 너 같은 여자들이 있을 곳이 못돼”
순영: “너야말로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게 뭐야,
이제 남은 건 너만 바라보는 어머니 혼자시잖아.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까지....
용식: (아버지 생각에 분노하며) “이런 개자식들... 으...... 아버지는 그냥 그날
일을 하고 퇴근하는 중이었다고 아무 잘못이 없었어...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끌려가서 죽음을 당한 거야....”
순영: (용식의 팔을 잡고) “용식아, 그러지 말고 같이 나가자, 칠규, 팔남이도 데리고
네가 설득하면 돼, 네가 게네들 대장이잖아... 응 같이 나가자.
우리 아직 젊고 할 일이 많아... 안 그래?
용식: (단호하게 총을 고쳐 잡고) “안돼, 그런 말 하지 마라 나는 절대 죽기 전에는
여길 안 나간다! “
한동안 말이 없다. 둘은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갑자기 새소리가 들린다.
순영이 주머니에서 감추어두었던 주먹밥을 하나 꺼내어 용식에게 건넨다.
순영: “자 이거 먹어 배고프지 내가 하나 챙겨 왔어”
용식: “난 됐어. 너나 먹지”
순영: “아니, 너 먹어.. 나는 아까 만들면서 한 개 먹었어.”
용식: (크게 한 잎 배어 물며) “네가 만들어서 그런가 맛있네”
순영: "너 꿈이 뭐라고 했지? 농기계대리점 사장이 꿈이라고 했지? “
용식: “응, 공부는 취미가 없고.. 그냥 기계 만지는 게 좋아...”
순영: “난 앞으로 무슨 꿈이 있는 줄 알아”
용식: “몰라?”
순영: “진짜?.. 내 꿈은 신부가 되어 사장님 사모님 되는 거 그리고 쌍둥이 낳는 거”
용식: “얘가 정말로 꿈도 야무지네!”
순영: “너도 나 좋아하잖아! 맞지?”
용식: “얘는 정말... 못 말린다, 자 빨리 칠규, 팔남이 한 테 가보자”
3막. 전남도청 건물 어느 건물 깨진 유리창 앞
어둠이 내려왔다. 주위엔 간헐적인 총소리가 들린다.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용식이가 긴장한 모습으로 창밖을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하고 있다.
칠규와 팔남이도 칼빈 소총을 들고 엉거주춤 하지만 총을 겨누고 있다.
용식: “음.... 저 놈들이 물러서질 않네.... 모두 앞을 잘 감시하고 있어. 우리 국군 맞아?”
팔남: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칠규야 너 총 쏴봤냐? 실감이 안 난다..”
칠규: “아니, 엊그제 설명 들은 게 전부잖아. 나도 안 해봤어”
팔남: “이거 조금 살 떨리는데.... 아오... 근데 설마 죽기야 하겠어...”
칠규: “설마가 사람 잡는다잉, 니 눈 똑바로 뜨고 알았지? “
팔남: “용식아, 순영이는 왜 집으로 안 갔데? 집으로 보낸다고 했잖아.”
용식: "순영이 걔가 고집이 좀 세야 말이지... 말을 듣지를 않아서 말이야.
하여간 니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봐라 오늘 밤에 총공세가 있다는 정보야!”
칠규: “팔남이 지금 오줌 지릴 것 같데 아니 벌써 쌌을지도 몰라”
팔남: “짜식, 나를 그냥 아주 겁쟁이로 보는데... 니들 내가 옛날에 5살 때 기저귀 차고
독사를 맨 손으로 때려잡은 거 내가 얘기했었지 “
순영: (주먹밥을 들고 와서) “독사? 지렁이 보고 도망가서 오줌 지렸다고 안 했나?”
칠규: “맞다,. 퍽이나 용감이다. 송충이 보고 놀라 도망가는 놈이 크크크”
팔남: “근데 야 우리 순영이 나중에 김밥집 해도 되겠다. 솜씨가 아주 장난아녀”
칠규: “그렁께 아주 맛있다. 우리 용식이는 좋겠다. 순영이가 있어서 부럽다 부러버”
용식: “다들 잘 들어. 내일 아침에 우리 중 누구라도 깨어 있으면 좋겠어.
오늘 밤 아무 일 없이 우리가 내일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 힘내자...
칠규: “글게 말여. 모내기 안 한 논이 있어서 빨리 가야 되는데....
순영: “팔남이는 형님이 안 보인다고 하는데 무사했으면 좋겠다...”
팔남: “괜찮겠지. 우리 형이 종종 그려. 우리 집은 형제가 많잖여.. 인해전술이여, 그나저나
순영이 너는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야, 아 잔다르크네 “
순영: “나? 나는 니들하고 평생 함께 하고 싶어서. 우리가 뭐여 진짜 친구잖아!
칠규: “의리 의리하난 끝내주네! 순영이 아니 순다르크가 우리 용식이한테는 분에 넘치네”
용식: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가 학교에서 펜이 아닌 총을 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맙다 다들... 살아도 같이 죽고 죽어도 같이 죽자... 알았지...
순영아 고마워. 그래 나중에 너랑 같이 살게 칠규야 고맙다. 팔남이도 고맙고... “
순영: “내일 맛있는 특제 주먹밥 해줄 테니까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용식: (임을 위한 행진곡을 나지막이 부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칠규, 팔남 순영이도 팔을 흔들며 소리는 작지만 힘차게 따라 부른다. 그리고 기관총 소리가 들리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총을 겨누는 칠규와 팔남. 고막을 찢는 총소리가 더욱 가까이 들리고 거세진다.
번쩍 하더니 무대가 어두워지고 한 참 후에 밝아진다.
칠규, 팔남 모두 총을 맞아 널브러져 있다. 순영이도 피를 흘리고 죽어있다. 비틀거리던 용식이 일어서려다 다시 가슴에 총을 맞고 푹 쓰러진다. 순영이에게 힘겹게 다가가며 손을 잡으려다 숨이 멎는다. 주위에 먹다 만 주먹밥 몇 개가 피에 묻은 채 나동그라져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10대 시민군
계엄군의 전남도청수복 작전이 시행된 27일 새벽 도청에 끝까지 저항하다 10대 시민군 3명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산화했다. 왼쪽부터 문재학 군, 박성용 군, 안종필 군.
[출처] 문재학 안종필 고등학교 동기 동창 친구 함께 죽다.|작성자 ulsanpretty